◎비상체제속 온종일 모니터 계획/증언불신따른 여론 악화 우려도청와대는 김현철씨 청문회가 열리는 25일 사실상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간다. 김용태 비서실장과 강인섭 정무수석, 문종수 민정수석 등 고위관계자들은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청문회를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다른 인물의 청문회는 관련 비서실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야간 상황을 체크했으나 현철씨 경우는 청와대 전체가 청문회를 하루종일 모니터하는 셈이다. 한 관계자는 24일 『대통령 아들 일인데 마음 놓고 퇴근할 수 있겠느냐』며 『예상외의 질문이나 답변이 터져나올 상황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지금까지 현철씨 청문회에 관해 측근들에게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현철씨가 『내가 무슨 잘못이 있느냐. 왜 여론에 밀려 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느냐』며 사법처리 방침과 청문회 출석 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깊은 고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철씨가 보다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현철씨가 청문회와 관련, 협조 요청이나 문의를 해온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 고위관계자는 『현철씨가 독자적으로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 도움을 받을 것도 없겠지만 청와대 누구에게도 그런 얘기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현철씨의 청문회가 길고 긴 「한보터널」의 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청문회를 고비로 현철씨의 사법처리를 포함한 한보 사태수습의 방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청문회에서 현철씨가 철저하게 방어적 입장에 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론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소문과 언론보도에 익숙해진 국민들이 현철씨의 증언을 얼마나 신뢰할지가 의심스럽다』며 걱정했다. 청문회가 터널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내일 청문회를 조용하게 지켜보자』고만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는 김대통령이 TV 청문회 중계를 볼 것인가를 둘러싸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아들의 잘못은 아비의 허물」이라고 말한 김대통령이 현철씨의 증언을 직접 듣고 사태를 파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는 달리 또다른 관계자들은 『이미 현철씨를 청와대 출입을 금지시켰고 지난 2월 그가 검찰에 나가는 모습이 생중계될 때도 보지 않을 정도로 결연한 심정의 김대통령이 청문회를 보겠느냐』고 말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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