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구체내역 밝힐땐 대폭풍 현실적 불가능” 반응/야 “환영”속 DJ에 불똥 경계·내각제 호재 기대청와대의 대선자금 입장표명 검토에 대해 신한국당은 대체로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윤성 대변인은 24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대선자금 공개문제가 거론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 청와대에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문제는 청와대 소관이어서 당에서 언급하지 않겠다』며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대선문제에 관한한 당이 이러니저러니 할 처지가 못된다는 의미였다. 이대변인이 밝힌 당의 「공식입장」과 달리 『대선자금 공개가 현실적으로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게 대다수 당직자들의 1차적 반응이다. 대선자금 규모공개는 자연 구체적 내역 밝히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한보태풍 못지않은 대선자금 폭풍이 불어닥치리란 것이다. 대선자금 보따리를 풀게 되면 돈을 댄 기업들이 줄줄이 딸려 나오게 되고, 나라전체가 거대한 「불법자금 사태」에 휘말리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한 당직자는 『대선때 나사본과 민주산악회 등 사조직은 당과 별개로 움직였다』며 『이들 조직의 관계자들이 자금사용 내역서를 아직 보관하고 있을리 없고, 또 설사 기억하고 있다 하더라도 규모와 조달방식, 사용처 등을 밝히겠느냐』고 말했다. 92년 당시 YS대선본부에 몸담았던 한 의원은 『여러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사용했다. 누구도 전체 규모를 파악하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실무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YS대선본부에서 일했던 한 민주계의원은 『여야를 불문하고 어떤 대선후보도 대선자금 규모는 절대 알려고 하지않는 금기영역이다. 후보들은 무조건 「알아서 하라」고만 말한다. 액수를 알면 자기 목을 스스로 죄게 되기 때문이다』고 공개가능성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신한국당 당직자들은 대선자금을 밝히더라도 「법정액수를 크게 초과했다」는 정도의 원론적 입장표명이나 정치적 수사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거를 치른 모든 정권이 원죄를 안아야 하는 관행을 차제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당위론이 당내에 엄존하는데다 한보정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대선자금 공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절차라는 현실론이 만만찮아 공개불가 입장을 드러내놓고 밝히지 못하는 형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이날 여권의 대선자금 공개검토 방침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하면서도 약간씩의 입장차를 보였다. 양당 모두 자금내역을 완전 공개하라는 공세에는 목소리가 일치했다. 하지만 국민회의는 자칫 야권의 대선자금공개로 이어져 김대중 총재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사태를 경계하고 있고 자민련은 이를 계기로 내각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성명에서 『김영삼 후보캠프가 노태우씨와 정태수씨 등으로부터 받은 돈의 액수는 신고액의 30배를 초과한다』며 『대선자금을 공개하려면 사죄하고 반성하는 자세로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는 상투수법인 축소·왜곡방식이 아니라 액면 그대로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며 『천문학적 대선 자금을 잊어버리기 위해서는 대통령 선거의 완전공영제나 내각제로 바꾸는 대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권오을 대변인도 진실된 공개를 요구하며 『이번 대선부터는 실질적인 제도적장치를 마련해 투명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홍희곤·홍윤오 기자>홍희곤·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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