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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예절/고바야시 하나코 무용가·일본(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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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예절/고바야시 하나코 무용가·일본(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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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본척하고 외면하면 그만이지만…. 나는 출퇴근시 버스나 전철을 이용한다. 서울시내의 지하철은 출퇴근시간 외에도 항상 붐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그냥 서있는 사람도 있다. 전동차가 도착하면 그냥 서있던 사람은 마구잡이로 끼어들어 먼저 타려고 내닫는다.이후가 더 문제다. 문이 열리자마자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의 몸싸움이 시작된다.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서인가, 문이 빨리 닫히기 때문인가, 혹은 급한 성격 때문인가. 출근시간 시청역에서 가끔 보는 일인데 타는 사람들이 내리는 사람들을 기다리지 못해 마지막으로 내리는 몇명은 거꾸로 밀려들어가기도 한다. 『내린다』고 소리를 지르지만 운이 없으면 못 내리기도 한다.

버스도 문제가 있다. 배차 간격을 맞추느라 정류장을 그냥 지나가는 버스가 있다.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지나가는 버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뒷차가 언제 올까 조바심한다. 버스가 오면 사람들은 버스가 선 곳으로 허겁지겁 달려가 먼저 타려고 서로 민다. 사람이 가득찬 좌석버스. 사실은 승객들이 입구에 몰려있어 만원처럼 보이는 것이다. 나중에 타는 사람들은 아주 불편하다. 나는 버스를 탈때 애써 비어있는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쪽에 서있는 사람들은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운전기사의 「안으로 좀 들어가 달라」는 호소도 듣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빨리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버스나 전철을 타는 엄마들의 태도이다. 전철이 한가하면 아이를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하거나 승객이 앉을 자리에 눕힌다. 이것저것 만진 손으로 과자를 먹이고 승객이 많아져도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손에 들고 있기도 힘들고 빨리 먹지도 못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도 한다.

아이스크림은 녹아 흘러 내리거나 바닥에 떨어지기도 한다.

제일 놀란 것은 오줌통을 꺼내 소변을 보게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온 사람들이 가장 크게 놀라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갈때는 엄하게 교육을 시킨다. 버릇이 없거나 남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생각하는 일은 미리 주의를 주어 막는다. 나 역시 그렇게 교육을 받아 전철안에서는 얌전히 서서 과자도 안먹고 소변도 타기 전에 보든지 참든지 했다.

그리고 버스안에서 뭘 먹은후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가는 승객들도 이상하게 보인다. 요즘에는 시내가 많이 깨끗해졌지만 처음 왔을 때는 왜 이렇게 길거리에 쓰레기가 많은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국사람들은 습관이 안돼 그럴 수 있고 또 별로 불편하다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 나도 9년을 살았으니까 그저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일본과 너무 많이 비교를 한다고 욕하겠지만 나도 한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나라(한국)가 선진국답게 작은 일들부터 변화해 가기를 바라기 때문에 한번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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