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문제를 둘러싼 신한국당 대권주자들간 논란과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전당대회시기와 경선기간에 이회창 대표의 대표직유지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떠올라 첨예한 공방이 본격화한 것이다. 공방의 양상은 대체로 「이대표 대 나머지 주자」의 대립구도다.박찬종 고문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대표직이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임이 분명하다』며 이대표의 경선국면돌입전 대표직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이수성 고문측은 『이대표도 고문시절 「경선에 나설 사람은 대표가 돼서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화답했고 김덕룡 의원측도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대표측은 이에 대해 『이대표가 전혀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분명한 입장표명을 피하고 있다. 몇개월후의 일을 두고 지금 왈가왈부하는 것은 공연히 분란만 일으킬 뿐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마음은 대표직을 고수하겠다는 쪽이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김영삼 대통령도 92년 후보경선때 대표직을 유지했던 전례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대표직을 내놓을 경우 대세몰이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경선향배가 혼미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이대표측은 우려하는 듯 하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경쟁자들의 파상적인 집중공세로 오히려 피해를 볼 개연성도 있어 이대표가 결국은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전당대회시기와 관련, 이대표측은 7월10일께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 한 측근은 이날도 『야당이 5, 6월중 전당대회를 마치는 마당에 더이상 대회를 늦출수는 없다. 정치효율이 떨어지는 하한기를 지나 9월에야 후보를 선출한다면 당력은 당력대로 소진되고 후보의 선거운동기간은 너무 짧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주자들은 당헌·당규개정, 지구당 및 시도지부 개편대회, 선거운동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일이 필요하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내부 전열정비가 시급한 민주계의 중진들도 23일 『7월초 전당대회는 너무 이르다』며 동조했다.
당내에는 시간이 흐를 수록 이대표측 주장이 「다수의 힘」에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편이다. 당사자간 합의가 요구되는 사안의 특성상 이대표측의 밀어붙이기도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7월초·중순을 염두에 두고 있던 박관용 사무총장이 23일 연기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정황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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