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단독입수 한보 「NK공작」 문서서 드러나/무공 지원… 대북사업독점 추진/“북서도 김정일에 두차례 보고”한보그룹의 황해제철소 경영참여시도(본보 3월30일자 1면 보도)는 경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우리정부와 북한당국의 차원에서 적극 추진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보는 또 이 사업을 계기로 남북경협사업의 기득권을 확보, 향후 대북사업을 전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23일 본사가 단독입수한 한보그룹의 관련자료에서 확인됐다.<관련기사 3면>관련기사>
이는 남북경협사업이 외국환관리법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 관련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극비리에 추진됐음을 보여준다. 또 한보그룹이 다른 대기업들을 제치고 비밀 대북경협사업의 독점적 창구로 선정된 과정도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보그룹 내부문서에 일명 「NK(North Korea)공작」으로 명명된 한보의 황해제철소 관련사업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실무지원을 맡아 구체적 진행과정이 관계당국에 수시로 보고됐으며 북한측에서도 김정일에게 두차례 보고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13일 KOTRA 홍지선(52) 북한실장은 한보그룹 싱가포르 현지법인 이웅섭 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어려운 (자금)사정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지원한 사실(96년 9월 한보측이 1백60만달러를 북한측에 전달)에 장군(김정일)이 고무됐다』며 『김성철(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추정)에 따르면 2번 보고됐으며 잠수함사건 해결에도 황철(황해제철소)의 협력가능성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홍실장은 또 『2백여만달러 정도를 투자해 경협 정상화시 얻게 될 기득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며 향후 김종국(한보그룹 전 재정본부장)사장이 저쪽(북한)에 알려진 만큼 황철뿐만 아니라 기타 제반사업, 동아시아가스관로 매설 등 모든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것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홍실장은 이어 『소액의 경우 남북협력기금으로 전환시켜도 되지만 비밀이 밝혀지고 모든 것이 공개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보측에 철저한 보안을 주지시켰다.
홍실장은 또 『한보의 자금경색, 부도설, 제3자 인수설 등으로 저쪽(북한)에선 대단히 불안해 하고 있다』며 『지금 (한보를) 지원하는 경우 한보측이 NK사업을 빌미로 자금을 제공받기 위해 사업을 진행시켰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 북한측이 이미 부도위기를 파악하고 있는 등 사업의 성사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며 한보측이 대북사업을 명분으로 자금지원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이 자료에는 「안기부 보좌관·공작담당→안기부장」 등의 메모도 적혀 있다.<정진황·박일근 기자>정진황·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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