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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아들에 유산 전해주오”/2일 사망 진태윤씨 애절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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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아들에 유산 전해주오”/2일 사망 진태윤씨 애절한 사연

입력
1997.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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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죄 복역 장기수 “회한의 부정”/출소후 10년 피땀 2천만원 모아/국고귀속 방침에 종교계 등 “소원 이뤄주자”간첩죄로 26년간 복역한 장기수가 석방후 피땀흘려 모은 2천여만원을 북한에 있는 아들에게 전해달라는 애절한 사연을 남긴채 숨져 뜻있는 전주시민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대한성공회 전주교구(신부 허종현)는 23일 최근 숨진 진태윤(77·전북 전주시 완주군 구이면 대덕리)씨가 생전에 모은 2천여만원의 전재산을 북한의 가족에게 전해주기로 하고 「진태윤 선생 유산문제처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정부가 「연고자 없음」이란 이유로 국고에 귀속키로 한 진씨의 유산을 진씨의 소원대로 북한에 사는 외아들 양만(39)씨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다.

진씨는 62년 3월 남파간첩 5명을 태운 배를 몰고 왔다가 붙잡혀 간첩죄로 복역한 뒤 88년 12월 출소했다. 체포당시 그의 고향인 함남 정평군 귀림면 유송리에는 결혼한 지 4년된 아내와 외아들 양만군이 살고 있었다. 진씨는 출소이후 신원보증과 함께 일자리까지 마련해 준 김모(58)씨의 도움으로 전주에 정착했다. 이후 빗공장 종업원 등으로 일하며 박봉을 쪼개 저축, 2천만원짜리 예금통장을 남겨둔채 2일 패혈증으로 갑자기 숨졌다.

위원회는 진씨가 못다한 꿈을 이뤄주기 위해 진봉헌(41) 변호사를 재산관리인으로 선정, 전주지법에 양만씨를 상속인으로 해주도록 정식요청키로 했다. 여의치않을 경우 국제적십자사 등을 통해 북한의 양만씨와 연락, 그를 대신해 유산지급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진변호사는 『북한주민도 대한민국국민이라는 판례가 있기 때문에 양만씨가 친자로 확인만 되면 상속이 가능하다』며 『북한의 유족만 찾는다면 평소 「자식에게 돈을 주고싶다」고 말해 온 진씨의 애절한 소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신부는 『진노인은 입만 열면 「어린 아들을 두고온 것이 평생 한으로 남는다. 열심히 돈을 모아 아들을 돕고싶다」고 말해왔다』며 『가족에 대한 사랑이 절절이 밴 재산인 만큼 그의 뜻대로 북한의 유족에게 온전히 전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만씨와 동갑내기로 진씨와 각별했던 김운주(39·치과의사)씨는 『진노인은 최근 북한주민이 굶주린다는 소식에 아내와 아들 걱정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며 『정부가 남북화해 차원에서 그의 유산을 유족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씨의 소원이 이뤄지면 남한에 있는 사람의 재산이 합법적으로 북한인에게 양도되는 첫 사례가 된다.

진씨는 1년전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아들을 향해 『너와 너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내가슴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지는 것같구나. 너를 키워주지 못한 이 아버지를 용서해달라』는 회한의 편지를 남겼다.<이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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