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중씨 증언 발단,여권서 숙제로 인식한듯/현시점서 확전땐 야도 부담,싸움열기는 약해김영삼 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23일 여야간에는 이에대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싸움의 열기는 의외로 뜨겁지 않았다. 한보사태의 중간에서 또다시 돈문제가 터져나오는게 정치권 모두에게 득될게 없다는데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와중에 여권이 이날 92년 대선자금에 관한 입장표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한보정국을 수습하고 정국을 정면돌파하려면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상황인식을 한 듯하다. 여권의 보따리가 무엇일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구체적인 자금내역과 액수가 밝혀질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이 구상이 구체화할 경우 대선자금논란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여지가 충분하다. 논쟁의 초점이 YS로부터 DJ로 옮아가 공수가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사실 국회 한보청문회에서 박태중씨가 YS캠프 대선자금의 일단(20억원)을 밝힌데 대한 야권의 반응은 대수롭지 않았다. 야권은 이날 일제히 논평을 발표, 대선자금공개를 요구하긴 했지만 이전의 주장에 비하면 그 강도는 현저히 약했다. 기껏해야 대변인들이 『김대통령이 대선에서 사용한 불법자금의 단초가 드러났다』(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 『박씨의 증언을 통해 현정권의 탄생에 도덕적 흠결이 있음이 입증됐다』(자민련 김창영 부대변인)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다.
신한국당도 별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야당의 공세에 대해 공식논평조차 내지 않으며 이를 외면했다. 관심의 초점인 대선자금 공개여부에 대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당직자마다 입을 모았다.
뜻밖으로 민감하게 움직인 곳은 청와대였다. 한 고위관계자가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YS가 대선자금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한 것이다. 물론 그도 입장표명에 대선자금의 전체윤곽이 포함될지 여부는 말하지 않았다. 이에앞서 신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당에서 사조직의 대선자금문제까지 알 수는 없다』면서 『문제는 여권핵심부가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었다.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을 통해 이런 얘기가 나왔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양측사이에 미리 뭔가가 오갔다는 흔적은 엿보인다. 대야공세를 펴는데 청와대나 신한국당이 이날 한 목소리를 보이고 의도했던 그렇지않던 해법의 창구를 청와대로 단일화했던 것이 그 근거이다. 여권인사들은 이날 하루종일 『대선자금을 여당만 썼겠느냐』 『DJ는 노태우씨한테서 받은 20억원을 선관위에 신고했느냐』고 국민회의측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당장은 소강국면이지만 대선자금논란의 불씨는 조만간 활활 타오를 가능성이 크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여권이 입장변화 가능성을 시사했고 야당도 큰 테두리에서 이 문제를 계속 짚을 방침임을 분명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내에서 조금씩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대선자금 공개 주장도 큰 변수의 하나임은 물론이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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