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내용 당국서 분석했다면 망명뜻 일찌감치 확인했을 것/황씨 정치적 이용 말아야… 「조선문제」 논문 납득안가강원룡 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은 23일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본사 기자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95년 10월 황장엽 비서를 만나 나눈 대화내용을 정보기관에서 분석했다면 황비서의 망명의사를 일찌감치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이사장은 『황비서를 한번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한눈에 명망있는 민족주의자로 보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이사장의 일문일답.
―어떻게 황씨를 만나게 됐습니까.
『당시 총리였던 이홍구 신한국당고문이 주선해 중국에서 만났다. 정부관계자 모두가 도와주었다』
―황씨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까.
『민족의 장래와 통일문제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광범위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당시 황씨는 북한내 강경파의 전쟁도발로 한민족이 멸망하는 것을 무척 우려하고 있었다. 황씨는 또 북한내의 온건파에 대한 남한의 지원을 요청했다. 황씨와 당시 나눈 대화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해 더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
―황씨와 나눈 대화내용을 누구에게 전했습니까.
『김영삼 대통령과 당시 총리였던 이홍구 신한국당고문에게 전했다. 또 안기부에도 대화내용을 통보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황씨는 간접적으로 나에게 망명의사를 전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제 황씨와의 구체적인 대화내용을 밝힐 수 있습니까.
『황씨가 망명에 성공했으니 조만간 황씨를 만나 대화내용 공개를 허락받은 후 일반에 알리겠다』
―황씨의 망명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만나보고 싶다. 북한에도 황씨와 같은 명망가가 있다는데 놀랐다. 황씨가 필리핀에 체류할 때 당국에서 나와 만나게 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무산돼 아쉽다. 황씨도 나를 만나고 싶어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만간 회동이 성사되리라 믿는다』
―황씨가 필리핀 체류당시 이홍구 고문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고문은 황씨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고문이 만남을 주선했습니까.
『나중에 황씨와 만난 후 대화내용과 함께 밝히겠다』
―최근 「황장엽리스트」가 정가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습니다.
『황씨는 주체사상을 창시한 이론가이며 동시에 외교관이다. 남파간첩이나 남한의 친북인사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사가 아니다. 한보사태와 김현철씨 문제로 위기에 처한 정부당국이 국면탈피용으로 황씨의 망명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황씨는 가족과 제자 동지를 버리고 민족을 구원하기 위해 망명한 사람이다. 그의 목숨을 건 애족행동을 저버린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안기부가 22일 황씨가 지난해 8월 작성했다는 「조선문제」라는 논문을 공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씨를 만났을 때 김정일이라는 말만 나와도 스스로 자세를 바로 잡을 만큼 북한은 경직된 사회이다. 아무리 황씨가 망명을 결심하고 흥분한 상태라해도 적발되면 목숨이 위태로운 내용이 담긴 그러한 논문을 북한내에서 작성했을리 없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일부 언론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황장엽리스트나 논문을 대서특필하고 있는 것은 한심하다. 황씨 망명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등 애족차원의 대북정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정덕상·이동준 기자>정덕상·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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