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지점 협약내용 몰라 실수도「지급제시되는 어음은 모두 부도처리된다」는 부도방지협약이 21일 정식발효됐음에도 불구, 금융기관들이 계속 어음을 돌리고 있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진로그룹 6개 계열사가 발행한 총 253억6,000만원의 어음이 이날 4개 시중은행에 지급제시됐다. 부도방지협약 첫날인 21일에도 총 739억4,000만원의 어음이 돌아와 이중 301억8,000만원이 부도처리됐다.
그렇다면 협약에 따라 받지도 못할 것이 뻔한 어음을 금융기관들은 왜 교환에 돌린 것일까.
(주)진로 발행어음 200억원어치를 조흥은행에 지급제시했다가 거절을 당했던 제일은행 관계자는 『만기어음은 일단 교환에 회부, 부도났다는 것을 표시하는 「부도대전」을 받아야 추후 채권행사가 용이하다』고 밝혔다. 진로어음을 돌린 제2금융권도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행 부도방지협약 11, 21조는 「(21일부터) 대출원리금 상환청구 등 채권행사를 유예해야하며 불응시 10%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금융기관이 어음을 돌린 것을 「채권행사행위」로 본다면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최종적 유권해석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금융기관들이 협약내용을 잘 몰라 「실수」로 어음을 돌렸다는 얘기도 있다. 21일 당좌수표를 지급제시했다가 부도처리된 모은행 본점관계자는 『지점에서 도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도와 당좌거래정지를 분리시킨 이번 협약은 통상적 금융거래관행을 깨뜨린 것이어서 일선점포에선 아직까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음거래는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오가며 아주 복잡하게 이뤄지고 있어 누가 돌린 어음인지 귀책사유를 판별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번 협약은 이런 복잡한 변수를 고려할 만큼 촘촘하게 고안되지도 않아 두고두고 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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