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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총장 출마(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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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총장 출마(지평선)

입력
1997.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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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로스 갈리의 유엔사무총장 연임을 미국이 끝까지 반대한 이유는 그가 이집트인이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집트는 중동의 균형자로서 미국에 아주 요긴한 존재다. 아랍권의 맹주이면서 이스라엘과의 평화공존노선을 지켜 무력충돌을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친미성향의 이집트인이 유엔의 수장으로 계속 남아 있으면 유엔을 통한 미국의 중동외교가 명분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유사시 온건 아랍국들의 지지를 얻기도 어렵게 된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냉전종식후 크게 늘어난 민족·종교·인종분쟁에 유엔이 평화유지군(PKO)의 이름으로 사사건건 개입해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었다. 유엔의 독립적 위상을 높이려는 갈리의 야망이 미국을 자꾸만 국지분쟁에 끌어들인 것이다. 미국은 그런 갈리의 욕심이 미웠다.

정근모 전 과기처장관의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 진출에도 비슷한 문제가 걸려 있다. 미국은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기 위해 여러 통로로 대화를 진행시키고 있지만 그 핵심은 두말 할 것 없이 핵무기 통제다. 경수로협정 타결후 IAEA는 북한 핵개발을 감시해 왔다. 그 IAEA의 사무총장을 한국이 차지할 경우 IAEA의 북한활동이나 조사결과에 객관성을 획득하기 어렵게 된다는 외무당국의 우려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정씨의 장관 이임 사유를 IAEA총장 출마를 위함이라 했고, 원자력대사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미국이나 북한으로부터 적극적인 반대의사도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런 것을 우리 외무부가 앞으로의 외교적 마찰을 미리 상정해서 후보추천조차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과학계의 순수한 뜻을 무시한 성급한 처사다.

사무총장은 한국 대표이기에 앞서 세계 원자력계를 대표하는 자리이고 총장 혼자서 모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국제원자력계에 신망이 있는 정씨와 같은 존재는 우리 과학인의 자랑이기도 하다. 다소의 정치적 부담이 있더라도 외무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총장당선을 위해 애를 써줘야 할 일이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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