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한 스위스 청년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얘기 중에 나는 『스위스에서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위대한 사람이 몇이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서너명정도를 꼽았는데 그중 내가 아는 사람은 페스탈로치가 있었다. 페스탈로치는 혼자 힘으로 학교를 창설하여 발전시킴으로써 근대교육의 아버지로 칭송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바이다.나는 우수에 가득찬 이미지를 길쭉한 인체조각으로 표현한 자코메티는 어떠냐고 했더니 그는 자기 나라의 조각가를 알고 있어 반갑다는듯 그 역시 대단한 예술가라고 자랑했다. 나는 스위스에 갔을때 그 곳 미술관에서 자코메티의 훼손된 석고 원형을 유리진열장에 보물처럼 소중하게 전시한 것을 보고 『스위스가 작은 나라지만 큰 스케일을 지녔구나』하고 감탄한 바 있다.
그는 『그렇다면 한국이 자랑할만한 사람은 누가 있느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나는 문득 최근 「가장 복제하고 싶은 인간」으로 꼽혔던 인물들이 떠올랐다. 김구, 이순신, 세종대왕…. 그러나 이 분들은 우리에게는 존경받는 분들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알려져 있지 않기에 망설이다가 백남준을 추천하면서 「비디오아트의 대부로서 베토벤과 에디슨을 합친 천재적인 예술가」라고 설명했다. 그 역시 알고 있다며 『음악가 윤이상도 그에 버금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바로 지척인 일본까지 왔다가 그토록 사랑하며 그리워하던 고국땅을 밟지 못하고 돌아가 쓸쓸히 이국땅에서 여생을 마친 윤이상 선생을 외국인이 위대한 예술가로 인정하다니 퍽 감격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라 밖 명성에 비해 무심한 국내 현실이 가슴 아팠다.
나는 내친 김에 정명훈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도 있거니와 우수한 자질의 예술가가 많다고 자랑했다. 지금도 매 한가지이지만 과거 군사정권은 국민을 카타르시스하기 위해 스포츠에 엄청난 투자를 해 올림픽도 치르고 금메달도 수없이 땄다. 그러나 정작 국위를 선양하는데는 예술만큼 효과적이고 영원한 것이 없다.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러시아의 톨스토이, 영국의 셰익스피어 등 한 사람의 예술가가 한 국가를 대변하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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