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햇빛」이었다. 전날 G클리닉원장 박경식씨의 거침없는 증언으로 잠시 맑게 개었던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장의 분위기는 22일 다시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증인으로 나온 김현철씨의 핵심측근 박태중씨의 입이 정태수 한보총회장 수준에 버금가는 「자물쇠」였기 때문이다.○…박씨는 이날 의원들의 호통에도 거의 흥분하지 않고 태연하게 자신과 김현철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을 극구 부인, 의원들을 더욱 화나게했다. 그는 『한보 정보근 회장 및 박경식씨와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전날 박경식씨의 증언도 뒤엎었다. 야당의원들은 『뻔번하게 거짓말을 하고있다』고 다그쳤으나 그는 『박경식씨도 증언을 했고 나도 증언을 했는데 왜 내 말만을 거짓말이라고 하는가』라고 항변했다.
○…전날에는 증인이 너무나 거침없이 대답해 기가 질렸던 의원들은 이날 사정이 완전히 달라지자 청문회의 본안과는 관계없는 질문을 던지는가하면 사소한 일로 언쟁을 주고받는 등 「딴전」을 부려 빈축을 샀다. 신한국당 이사철 의원은 『김덕룡 의원이 95년 사무총장을 그만둔 것도 현철씨를 외국에 보내라는 얘기를 한 것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어 『고교(경복고) 선배인 김의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이의원은 또 질문을 시작하면서 직전 신문자인 김경재(국민회의) 의원의 발언을 걸고넘어지는 「무례한」태도를 보여 야당측의 거센 반발을 자초했다.
그런가하면 의원들은 청문회 신문도중 박씨의 사적인 가족문제에 대해 아무 여과없이 신문을 벌여 증인의 사생활보호측면에서 너무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회의 의원들이 『의부가 동거하는 사람과 짜고 형제의 재산을 가로챈 것 아니냐』 『아버지가 전처와는 언제까지 살았나』(김경재 의원) 『증인의 어머니는 의부의 4번째 부인이 아니냐』(이상수 의원)는 등의 표현으로 민망하게 추궁한게 대표적인 예. 시종 침착한 어조로 답변하던 박씨도 이 대목에서는 『가족을 모독하지 말라』고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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