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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자연이 화해하는 땅/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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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자연이 화해하는 땅/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입력
1997.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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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명이 자연과 진정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땅이 남아 있다면 그곳이 바로 캐나다, 그 중에서도 브리티시 컬럼비아일 것이다. 전체면적 997만6,139㎢로 한반도의 45배에 달하는 지구상 두번째 큰 나라―불과 며칠의 일정으로 캐나다를 다 둘러보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먼저 브리티시 컬럼비아로 가 보자. 적어도 거기에는 말 그대로의 자연과 그것을 지키며 조화롭게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브리티시 컬럼비아는 캐나다 남서부 태평양 연안에 위치, 한국과 가장 가까운 캐나다 땅이기도 하다. 최근 캐나다 관광청과 국내·현지 여행사들이 잇달아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 브리티시 컬럼비아는 특히 허니문 관광객들이 꿈을 가꿀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바람과 파도가 조각한 해안 절경

▷밴쿠버◁

서울에서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캐나다에 도착하는 여행자들의 피로는 기내에서 뚜렷이 내려다 보이는 밴쿠버아일랜드의 절경으로 말끔히 씻기게 된다. 태평양의 파도가 빚어놓은 갖가지 기묘한 해안선의 모습과 만년설을 이고 있는 거봉들, 인간의 손이 전혀 닿지 않았을 것 같은 물빛을 띤 크고 작은 야생의 호수들.

밴쿠버는 이 밴쿠버아일랜드와 내륙을 포함하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최대의 도시이자 캐나다 제3의 도시. 그래봐야 인구는 170여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같은 위도상에 위치하고 있지만 난류의 영향으로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하다. 호주의 시드니와 이탈리아의 나폴리,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를 흔히 세계 3대 미항이라 일컫지만 밴쿠버는 그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가진 항구다. 실제 지난해에는 스위스 제네바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쾌적한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밴쿠버 시내에만 크고 작은 공원 60여개가 있는데 공항에서 15분 거리인 퀸 엘리자베스공원은 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해볼 수 있는 명소다. 93년 클린턴과 옐친이 정상회담을 연 작은 카페도 여기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밴쿠버 시내관광은 중국인의 상가가 밀집해 있어 도심의 타 지역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차이나타운을 거쳐 개스타운에 이르게 된다. 15분마다 김을 뿜어내며 차임벨을 울리는 세계 유일의 증기시계가 나그네를 반갑게 맞이한다. 유럽풍의 가로등, 100년 이상 된 건물들에 들어선 카페의 노변에서 한가롭게 차를 마시는 시민들의 모습이 특유의 이국적 정취를 자아낸다.

밴쿠버가 자랑하는 대표적 관광자원은 뭐니 해도 스탠리파크. 맞은편 해안 좌우로 기묘하게 정돈된 미감을 주는 다운타운과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능가하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라이온스게이트가 한 눈에 들어오는 스탠리파크는 원시림이 가득찬 1,000에이커(120만여평) 규모의 자연공원. 입구에는 인디언의 종족 상징물인 거대한 토템 폴 7개가 서 있다. 최근 맥가이버 시리즈 등 세계적 영화촬영의 무대가 되고 있는 밴쿠버 중에서도 이 스탠리파크에서는 단 하루도 촬영이 없는 날이 없을 정도다. 연못의 오리들이 인도를 무리지어 뒤뚱거리며 지나가고, 조깅족과 하이킹족들이 오리들을 피해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천국과 가장 가까운 휴양도시

▷빅토리아◁

시민들이 저마다 피는 꽃의 수를 세었더니 지난해 42억2,040만 1,563송이의 꽃이 피었다는 도시 빅토리아. 브리티시 컬럼비아 본토를 동쪽으로 마주보고 있는 섬 밴쿠버아일랜드의 남단에 위치한 빅토리아는 인구는 밴쿠버시보다 훨씬 적은 30여만명 밖에 안되지만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주도이다. 규모가 작은 만큼 도시 전체가 관광자원이라 할 정도로 잘 가꾸어진 영국풍의 도시다.

밴쿠버 남단의 토왓슨 항구에서 BC페리를 타고 1시간30여분이면 도착한다. 뱃길에는 가끔 페리를 따라 무리지어 헤엄치는 바다사자의 모습은 물론 운이 좋으면 태평양을 이동하는 고래떼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빅토리아에서 맨 처음 들르게 되는 곳은 유명한 부차트가든이다. 본래 석회석 채석장이었던 여기에 주인인 부차트부부가 꽃을 심고 가꿔 세계적 정원으로 만들어냈다. 석회석을 파내던 자리에 바로 꽃을 심어 가꾼 성큰가든이 특히 인상적인데 철따라 갖가지 축제를 펼쳐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19세기 중반 영국이주민에 의해 개척된 빅토리아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주의회 의사당과 엠프레스호텔이 나란히 서 있는 도심지역이다. 1897년 약관 25세의 건축가 라텐베리가 당시의 전문가들이 설계도를 보고는 도저히 지을 수 없을 것이라 고개 저었던 이 정교한 건물들을 차례차례 건축해냈다. 주의사당은 밤이면 건물 윤곽을 따라 3,300여개의 주황색 등을 밝혀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물 앞에 서 있는 전몰장병 추모비에는 한국전쟁 참전사실이 선명하게 부조돼 있다. 바로 곁의 이곳 바닷물에도 바다사자들이 한가롭게 왔다갔다 하는 풍경은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빅토리아는 캐나다인조차도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는 장소중 늘 1순위로 꼽는다. 그들이 빅토리아를 「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 부르는 까닭은 해안선을 따라 선더버드공원에서 오크베이에 이르는 약 13㎞의 드라이브코스를 느긋하게 달려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결코 넓진 않지만 단정하게 가꾸어진 정원을 가진 영국식 주택들이 여유있게 자리잡아 암석해안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다른 차원의 감동을 준다.

○레포츠와 자연 생태관찰 명소

▷토피노◁

빅토리아가 인간적 체취로 물씬한 곳이라면 밴쿠버아일랜드는 그야말로 순수한 자연이 그대로 숨쉬고 있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해안선을 따라 19번 도로를 타고 섬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 곳곳에서 마주치는 바다, 내륙의 호수, 눈덮인 산들은 굳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록키산맥을 가지 않더라도 캐나다적인 자연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중에서도 최근 인간사와 문명의 번잡함을 잊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을 손짓하는 곳이 바로 토피노. 그동안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이다. 빅토리아에서 토피노로 가는 길에 맨 처음 지나게 되는 곳은 「토템의 마을」로 알려진 던캔. 인디안 토속전통의 조각품과 인디언 니트 등이 생산되는 곳이다. 나나이모 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나나이모 호수 옆의 번지점프장도 만나게 된다.

눈에 띄는 곳 어디에서나 낚시, 골프 등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천혜의 레포츠천국인 캐나다지만 여행길에 이곳에 잠깐 들러 스릴을 맛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이어 나타나는 맥밀런 주립공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키 큰 원시림과 만날 수 있다. 여기서 자라는 더글라스 전나무들의 평균 높이는 60m. 큰 나무는 100m 가까운 것도 있다. 수령 200∼800년의 거목들이다.

토피노는 밴쿠버아일랜드 중서부 태평양 연안에 자리잡은 인구 1,000명이 채 안되는 조그만 어촌이다. 한가롭기만 한 이곳 해안에서는 3∼5월이면 2만여마리의 회색 고래떼가 일제히 숨을 뿜어대며 베링해로 나가는 장관을 연출한다. 유명한 고래관찰 관광(Whale Watching) 시즌인 것이다. 해안은 태평양의 파도가 만들어 놓은 부드러운 모래를 자랑하는 11㎞에 달하는 롱 비치. 뒤로는 해발 1,200m의 눈 덮인 고산, 앞으로는 눈부신 태평양이 끝간데 없이 열려 있는 원시의 바다이다. 롱 비치 한켠에는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침략을 감시했다는 자그마한 초소도 서 있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이곳에 정착해 돌핀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권정운(51)씨는 『가끔 뒷산에서 곰이 내려오기도 한다』며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간이 순응하며 살아가는 야생의 천국, 그 모습이 토피노에는 살아있다.

◎이것만은 알고 갑시다/햇빛 강해 선글라스 없으면 ‘장님’/호텔 칫솔 등 비치안해 준비 필수

밴쿠버행 항공편은 매주 화·목·일 하오 3차례 에어캐나다 편을 이용할 수 있다. 한국과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역과는 16시간의 시차가 난다.

환전은 반드시 캐나다달러로 하는 것이 좋다. 미국달러를 쓸 경우 환차손을 보게 된다. 캐나다달러는 시중은행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미리 바꿔놓는 것이 좋다.

밴쿠버공항에 도착해 도심으로 들어가는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공해 없는 강렬한 캐나다의 햇살과 환한 대낮에도 차폭등을 켜고 느긋하게 달리는 자동차이다. 특히 온난기에는 「하루만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아도 반장님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므로 선글라스는 반드시 지참하는 것이 좋다. 교통사고가 그리 많지 않지만 사고방지를 위해 캐나다에서는 아예 차시동을 걸면 차폭등이 켜지도록 법제화해 놓았다.

준비물에서 반드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칫솔과 치약. 캐나다의 호텔들은 환경보호에 어긋나는 일회용품을 일절 제공하지 않는다. 호텔화장실에는 세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타올을 여러장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써 놓는다. 요청하면 주기는 하지만 이들 용품은 미리 챙겨야 한다. 「인간과 자연에 해로운 것은 비싸다」는 마찬가지 이유로 필름이나 담배도 국내보다 몇 배 비싸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한국으로 통화할 때는 25센트짜리 동전이 요긴하다. 최근 발행된 국제전화카드를 준비하면 편리하며 신용카드 통화도 가능하다.

선물은 늘 고민거리지만, 캐나다국기에도 새겨져 있는 단풍나무로 만든 메이플시럽이나 인디안 토템폴 모형 등이 값싸고 무난하다.<밴쿠버=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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