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안한 대선자금” 공식 확인/시효 지났지만 YS 도덕적 책임 남아/“한창 관계자 접촉” 민방선정개입 암시/중세 추징불구 증여신고 기피 아리송김현철씨의 핵심측근인 박태중 (주)심우 대표에 대한 22일의 청문회는 박씨의 완강한 부인과 의원들의 물증부족으로 의혹규명이나 새로운 사실을 파악하는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박씨는 핵심적 의혹을 밝히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만한 내용을 몇차례 언급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14대 대선자금문제와 박씨의 잉여 대선자금 관리의혹, 그리고 민방선정 개입의혹 등에 관한 것이다.
먼저 박씨는 『14대 대선때 여권의 외곽조직인 「나라사랑 국민운동본부」의 사무국장 재임시 썼던 20억원가량의 선거자금은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자당이 신고한 선거자금외 별도의 자금이 운영됐음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된 셈이다. 비록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김대통령은 이로인해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대선당시 나사본말고도 민주산악회를 필두로 수많은 여권의 당외 조직이 활동했음을 감안하면 이밖에도 엄청난 액수의 「불법자금」이 쓰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14대 대선후 김영삼후보측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대선자금지출액은 법정상한인 3백60억원에 약 75억원이 미달하는 2백85억원이었다. 박씨는 또 『내가 운영한 자금은 주로 최형우 나사본 총괄본부장, 김혁규 기획실장으로 부터 받았고 서석재 조직본부장도 가끔씩 위로금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는 나사본 자금출처를 규명할 단서가 될 수 있다. 박씨가 거명한 인사들을 시작으로 자금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자금출처 및 규모와 신고되지 않은 자금까지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다음은 대선이후 「갑자기」 늘어난 박씨의 재산문제. 그는 93년 2월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철판구이 전문점과 청담동의 빌라 등 시가 4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또 같은해 1월말부터 3월18일 사이에 박씨와 주변인물의 계좌에서 1백32억원이 인출됐었다. 박씨는 이에대해 『93년 11월 사망한 의부 윤부환씨가 아들과 사위명의로 돼있던 재산을 나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박씨는 증여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세청의 자금출처 소명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부동산매입부분에 대해서만 16억3천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원길(국민회의) 의원은 『국세청에 의뢰한 결과 국세청에는 박씨의 증여사실에 대한 아무런 관련자료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씨가 증여신고를 했을 경우 물게될 세금은 8억원을 약간 넘는다. 그럼에도 그가 두배에 달하는 세금을 감수한 것은 증여를 증명하는 데 무언가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박씨가 돈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사업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같은 추론은 자연스럽게 그의 자금이 세간의 의혹대로 현철씨로부터 넘겨받아 관리중인 잉여 대선자금이 아니냐는 쪽으로 이어진다.
박씨는 이어 『나사본에서 함께 일했던 최동렬씨의 소개로 부산민방 신청자인 (주)한창의 관계자와 93년초와 94년 9월에 두차례 만났다』고 시인했다. 한창은 지난해 민방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는 그러나 만남의 목적에 관해 『최씨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는 궁색한 설명으로 일관해 민방선정과정 개입의혹을 증폭시켰다.
이밖에 박씨는 현철씨측의 한보청문회 대응전략을 담은 이른바 「박태중 메모」에 대해 『현철씨에게 보여주려고 주변인물들과 상의해 내가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철씨와 박씨가 최근까지 긴밀한 교감을 계속해왔다는 얘기로 『대선이후 현철씨와 나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갔다』는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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