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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할거구도(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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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할거구도(지평선)

입력
1997.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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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한국정치의 가장 큰 병폐요인을 지역할거구도에서 찾는다. 유명인사의 출신지역을 중심으로 뭉쳐진 이 지역할거구도는 때론 망국병으로까지 치부될 만큼 심각하다. 「내 고장 출신을 대통령으로」라는 터무니없는 지역이기심이 저변에 깔려있다. 이른바 「3김정치」로 불리는 오늘의 패거리정치판 현실이 이를 잘 웅변하고 있다. 지역을 볼모로 했기때문에 선거는 애당초부터 정책과는 상관이 없다. 타지역을 얼마나 잠식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이쯤되면 정치는 사회의 제 갈등요소를 완화·조정해서 국민을 통합시키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채 지역갈등만 증폭시킨다. 한보사건에서 보았듯이 이 대립적 국면과정에서 천문학적 자금의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사람을 모으는데도 돈이 매개역할을 한다. 또 보스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정치의 고비용구조 아래서 정경유착은 필요악이다. 한보라는 부도덕한 기업과 정태수라는 파렴치한 기업인이 자신의 업권신장을 위해 정치판의 이런 취약한 면을 이용한 것이 바로 한보사태의 본질인 것이다.YS는 집권하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병폐의 시정을 다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다. 이유는 분명하다. 정경유착의 고리인 고비용구조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치가 한걸음이라도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경유착이 불가피한 이 지역할거구도의 청산이 급선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치권은 수수방관의 자세다. 오히려 기존의 관행에 편승하려는 자세다. 여도, 야도 마찬가지다. 시급한 고비용구조의 개선은 안중에도 없다. 어떻게 하면 후보가 될까에만 신경이 쏠려 있다. 야당이 5월중 경선대회 일정을 마련하자 여 지도부도 기다렸다는 듯이 7월중에 해치우려고 하고있다. 결국 이렇게 해서 새로운 정권이 탄생해 본들 제2, 제3의 한보같은 정경유착비리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가 지난주 대표취임후 첫 지방나들이로 자신의 연고지인 충남지역을 찾았다고 한다. 비록 「오래전 약속」이라는 설명에도 불구, 뒷맛이 개운찮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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