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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망명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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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망명 뒷얘기

입력
1997.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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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씨 만나고 싶다” 황씨 언급에 관계 관심/YS,반 수석 밀사파견 비에 ‘체류연장’ 요청황장엽씨가 서울에 안착하자 정부 관계당국 주변과 황씨가 머물렀던 필리핀 등에서는 21일 여러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기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황씨의 서울행을 위해 밀사 역할을 수행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반수석은 필리핀이 황씨의 장기체류에 난색을 보이자 지난달 30일 김영삼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하고 필리핀을 방문, 라모스 대통령 등을 만났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필리핀 정부는 황씨의 도착 즉시 체류기간을 2주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그러나 중국정부가 한달 이내로 황씨를 서울로 데려가는 것을 절대 반대하고 있었으므로 반수석이 직접 나서 필리핀측에 체류기간 연장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시 필리핀 정부는 황씨가 4월2일 이후까지 필리핀에 머무르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우리 정부는 황씨가 1개월 이상을 제3국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중국과의 합의를 지켜야만 할 처지였다.

반수석은 극비리에 2박3일간 마닐라에 머무르며 김대통령의 친서를 라모스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라모스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어려움을 털어놓은 뒤 한반도 및 아태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뜻에서 체류기간을 1개월로 연장하는 것을 수락했다.

○…황씨가 신한국당 이홍구 고문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고문은 『아직 공식적으로 연락받은 적이 없다』면서 『과거에도 황씨가 그쪽(북한)을 방문했던 재미학자 등을 통해 만나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해온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고문은 『가장 최근에는 강원룡 목사를 통해 황씨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한뒤 항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회담이나 국제회의 등에서 황씨를 조우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고문은 황씨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 『통일문제에 관해 남쪽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며 『황씨가 도착성명에서 전쟁을 예방해야 하고 개혁과 개방을 강조하는 등 진취적 입장을 밝혔는데, 어디까지가 본인의 생각인지, 당의 입장은 어떠한지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황씨가 서울로 돌아가자 많은 뒷얘기가 현지 보안당국의 입을 통해 흘러 나오고 있다. 황씨는 지난달 18일 필리핀에 도착한 직후 「오직 한가지 요청」을 필리핀 보안당국에 했다. 이 요구는 다름아닌 『제발 혼자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마닐라 타임스지에 따르면 황씨는 필리핀 도착 직후 『혼자 있게 해달라』고 관계자들에게 요청했으며 필리핀 보안당국은 이같은 요구를 받아 들였다. 이 때문에 소수의 보안요원만이 황씨를 면담할 수 있었다. 이 신문은 한국이 황씨의 한국행 이송수단 제공을 제의 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이 자국 전세 비행기를 이용해 황씨를 이송한 것은 이송계획이 사전에 외부에 탐지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 이라고 보도했다.<손태규·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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