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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최대 수출업체는? 아남(초국경 경영시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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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최대 수출업체는? 아남(초국경 경영시대:17)

입력
1997.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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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경영’ 앞세워 노사화합/전세계 반도체 외주량 10% 생산/95년 매출 6억불 96년엔 13억불아남산업이 필리핀에 세운 현지 반도체공장은 필리핀에서 제일 잘 나가는 회사로 꼽힌다. 매출이 95년 6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는 12억9,000만달러로 무려 두배이상 성장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매출기록은 이 회사를 필리핀내 최대의 수출업체로 떠오르게 했다. 95년 필리핀에서 수출 4위였다가 무려 3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수출액은 필리핀 전체수출의 6.3%에 달한다.

이 회사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영어에 익숙한 고급인력이 풍부한데다 저렴한 인건비,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현지 정부의 강력한 지원, 풍부한 산업용지 등 다양한 경영여건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8㎞ 떨어진 수캇공장지대에 자리한 이 공장의 정식 명칭은 아남암코필리피나스. 아남산업이 89년 필리핀 현지의 미국 반도체회사 AMD를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수캇공장지대 내부에 있으면서도 복잡하고 지저분한 주변환경과는 달리 고도의 청정도를 요구하는 반도체 공장답게 호텔을 연상할 정도로 깨끗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곳에서는 7,000여명의 필리핀 근로자들이 200여종에 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연 10억개 가량 생산한다. 생산된 반도체는 전량 화물차로 항구까지 실려나간뒤 외국으로 수출된다. 여기서 만든 반도체는 컴퓨터용을 비롯 통신기기 우주왕복선 항공기 군사용장비에 들어가는 첨단제품으로 필리핀에는 이 반도체를 사용하는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70%는 미국으로, 나머지는 유럽과 아시아지역으로 수출된다.

이 회사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세계 반도체 외주물량의 10%에 달한다.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자체생산물량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구입하는 반도체 10개중 1개는 아남 필리핀공장의 제품이라는 뜻이다. 인텔 IBM 휴렛팩커드 애플 히타치 NEC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이 회사에서 반도체를 구입, 제품의 품질을 인정해주고 있다.

황인길 아남산업 사장은 『외국 여느업체의 제품보다 불량률이 낮고 품질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컬러TV나 만드는 회사로 알려진 아남이 세계에서는 열손가락에 꼽히는 반도체회사라는게 황사장의 설명이다.

이를 증명하듯 아남은 최근 자체 개발한 반도체 조립공정기술을 인텔에 전수해주고 400만달러의 기술료를 벌어들였다. 또 일본의 도시바와 NEC는 이 공장과 특허를 공유하고 신제품을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업무제휴까지 체결했다.

아남 필리핀공장의 이같은 성공의 배경에는 끊임없는 인력개발에 대한 투자가 뒷받침됐다. 아남산업은 이 공장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92년부터 현지 종업원들을 국내공장에 파견, 기술을 배우도록 하는 기술연수생 제도를 도입했다. 93년에는 50명, 94년 100명, 95년부터는 해마다 200명이 아남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돌아가 현지 반도체 기술개발에 기여했다.

이 회사는 또 그동안 반도체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외판사원에 대한 투자에 집중, 현재 450명에 달하는 세일즈맨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아남 제품의 홍보는 물론 수출 최선봉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수백종류에 달해 전문지식이 없으면 세일즈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공장이 처음부터 잘 나간 것은 아니었다. 김주진 아남그룹 회장이 필리핀을 수차례 방문한뒤 인수를 결정할 때만해도 주위에서는 한결같이 만류했다. 모두 「전망이 없다」 「필리핀은 투자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라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80년대말 정정불안과 함께 불기시작한 노동분쟁은 이 공장을 위기로까지 내몰기도 했다. 당시 50여개에 달하던 우리나라의 필리핀 현지업체들중에는 문을 닫는 곳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아남은 「인간적인 경영」이라는 전략을 내세워 이 위기를 모면했다. 근로자를 가족같이 대하자는 모토를 내걸고 노무관리에 애를 쓴 것이다. 이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토니 랑씨를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 당시였다. 아남의 인간적인 접근으로 이 공장의 노조는 93년 자발적으로 해체했다. 필리핀 역사상 노조 스스로 해체한 경우는 이 곳이 처음이었다. 인간적인 경영전략은 필리핀 현지공장의 화기애애한 노사분위기 조성은 물론 생산성 향상의 밑거름으로 작용, 이 공장을 현지 최대 수출업체로 끌어올린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 아남측의 평가다.

아남은 14일 이곳에 총 8,000만달러가 투자된 제3공장을 준공, 내달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등 제2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황사장은 『2001년까지 필리핀 현지공장에 총 5억달러이상 투자해 해외 중심산업기지로 키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남그룹 김주진 회장·라모스 비 대통령/골프로 다진 ‘우의’/대통령 전용골프장엔 ‘닥터 김 홀’/방한 첫 산업시찰지도 아남공장

김주진 아남그룹 회장은 국내 재계인사로는 드물게 필리핀통으로 불리고 있다. 김회장은 라모스 필리핀 대통령과 골프친구로 지내는 등 각별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라모스 대통령은 김회장이 필리핀을 방문할때마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말라카낭궁으로 초청, 함께 골프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말라카낭궁 내부에는 9홀짜리 대통령 전용골프장이 있는데 김회장과 라모스 대통령은 이 곳을 두번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실력은 김회장이 4∼5타정도 앞서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라모스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골프장의 한 홀을 김회장의 이름을 따 「닥터 김 홀」이라고 명명하는 등 김회장에 대한 최고의 우의를 보여주고 있다. 또 93년 5월 한국을 방문하면서 공식수행 장관들과 함께 다른 기업들은 제쳐놓고 서울 성동구 화양동 아남산업 공장부터 시찰, 관심을 모았다.

라모스 대통령은 94, 95년에도 잇따라 김회장을 초청, 양국의 경제협력관계 및 투자확대를 논의하는 한편 아남의 필리핀 3공장 준공식에 상공부장관을 보내는 등 각별한 관심을 쏟고있다.

김회장 측근들은 『라모스 대통령이 나이가 많지만 두사람은 보통 사이가 아니다』라며 『아남이 필리핀현지공장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89년이었다. 김회장이 필리핀 반도체공장 설립을 검토하면서 말라카낭궁으로 아키노 전 대통령을 방문하면서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라모스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후 라모스가 아키노에 이어 대통령이 되면서 두 사람의 우의는 돈독해졌다. 여기에는 다른 외국 기업들이 필리핀에서 철수할때 김회장은 오히려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온 점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가깝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회장이 마닐라 공항에 내리면 언제나 경찰이 숙소까지 호위해주는 것만으로도 둘의 관계를 짐작케한다.

◎인터뷰/아남 비공장 토니 랑 사장/“철저한 현지화 노사 신뢰감이 대성공의 비결”

『아남 필리핀공장은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토니 랑 아남 암코필리피나스 사장은 이 공장이 필리핀 수출 1위 업체로 부상한 이유를 아남측의 현지화 경영전략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주진 회장이 현지 경영인들을 신뢰하고 모든 권한을 위임, 종업원들도 이 공장이 외국인 업체라는 인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오히려 한국기업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종업원들도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사장 이하의 인사권, 세부적인 경영방침은 모두 토니 랑 사장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큰 결정사항은 모기업인 아남산업의 최고경영진과 함께하는 양국 경영진회의를 거치지만 대부분 현지 의견이 존중된다는 것도 현지인 종업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89년 지진과 화산 등 천재지변이 잇따르고 정정이 불안해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이 필리핀에서 철수할때 이 공장은 끝까지 남아 필리핀 국민들에게 신의를 지켜준 것도 이같은 신뢰감을 쌓는 한 배경이 됐다.

『노조가 없는대신 종업원들과 대화를 통한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랑 사장은 노사화합을 위해 분기별로 300∼400명씩의 근로자와 직접 접촉, 회사의 모든 정책을 알리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한다. 이 자리에서 건의된 사항은 모두 회사경영에 반영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종업원들과의 면담과정에서 좋은 제안이 있으면 바로 판단해 시상을 한다. 또 매월 「품질왕」을 뽑아 포상도 한다. 이밖에 생산부서에서 실수한 사례를 전체 종업원들에게 주지시키기 위해 공개하는 것도 이 공장이 채택하고 있는 독특한 경영방식에 속한다.<선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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