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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률 56%’ 방위산업이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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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률 56%’ 방위산업이 흔들

입력
1997.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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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감소·미국통제로 5공때부터 쇠퇴일로/수출 82년 3억불서 작년 4,600만불로 급감/첨단무기생산 전환위해 과감한 투자 시급한국의 방위산업이 위기에 처해있다. 국방비 삭감압력과 재래식 병기에 대한 수요 감소, 해외수출 제약, 첨단무기체계 연구개발 미비 등으로 주요 방산업체의 평균 가동률이 56%까지 떨어졌다.

68년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기습사건 직후 태동한 우리 방위산업은 70년대 초 월남전 종식과 닉슨독트린에 따른 국가안보 위기를 타고 성장했다. 70년대 말∼80년대초 전성기를 구가한 방위산업은 5공 들어 국가지원 감소, 미국의 통제, 국제 무기중개상의 대거 등장으로 쇠퇴일로를 걸었다.

96∼97국방백서에 따르면 총포, 탄약, 통신·전자, 항공·유도 등 7개 부문 83개 업체가 319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국내 방위산업의 현주소이다. 그러나 이중 절반에 가까운 업체가 군복 군화 헬멧 K2소총 탄약 부품 등 기술집약도가 낮은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총포 전차 함정 등 기본병기 생산체제를 갖추고 미사일과 차세대전투기 등 대공 첨단무기체계 개발에 착수했지만 아직 조립생산단계이다. 더욱이 국방부가 독자개발 보다는 외국산 무기의 직접구매를 선호하다 보니 군장비 구입액의 42%가 해외구매에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제3국으로의 무기수출시 미국의 승인을 받도록 한 89년의 기술료 양해각서에 따른 방산수출 부진도 방위산업 쇠퇴의 한 요인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75년 500만달러에서 80년 2억5,000만달러, 82년 3억달러로 급성장했던 한국의 무기수출이 85년 1억달러, 91년 5,300만달러, 93년 4,800만달러, 지난해 4,600만달러로 급감했다. 최근 3년간 전차와 장갑차 함정 대포 등 무기수출 계약은 전무한 상태다. 대신 무기수입은 93년 4억6,900만달러, 95년 16억7,700만달러에 달해 91∼95년 무기수입면에서는 세계 11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국내 방위산업 기반이 완전히 붕괴돼 무기체계와 기술의 대외종속이 극에 달할 것』이라며 『21세기 안보환경에 대비한 첨단 무기생산 체제로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한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방위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첨단무기 분야에 대한 정부와 방산업체의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주요 무기체계의 부품 국산화를 통한 해외의존도 감축이 절실하다. 따라서 현재 국방비의 3% 수준인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돈이 더 들더라도 독자개발한 무기체계를 구매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안병길 부회장은 방위산업체에 일정 이윤을 보장하고 원자재 구입시 면세 혜택을 주며 방산육성기금에 의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잦은 소요물량 조정과 생산계획 변경을 피하고 물량 예시제 등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사업체간의 통폐합, 다국적 컨소시엄 구성, 유도·통신·소재 등 첨단분야의 기술교류 등도 필수적이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 백영훈 원장은 『94년 대우중공업이 K200 장갑차 111대(6,700만 달러)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한 것은 국산화의 성공 사례』라며 『첨단화·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평화헌법에 묶여 방산물자를 수출할 수 없는 일본을 제치고 동아시아와 남미 시장에 파고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배성규 기자>

◎도입 및 관리상 문제점/한국은 국제무기상의 ‘밥줄’인가?/‘어떤 무기가 필요한가’ 등 군사정보 대미 의존 심각/수십조원 투자하면서도 구매협상때 제몫 못찾아

『국제 무기상들은 한국을 「극동의 진주」라고 부르고 있어요』

국회 국방위 소속 임복진 의원(국민회의)의 지적처럼 우리나라는 99년∼2002년 장비도입 등 방위력 증강에만 36조원을 투자하는 「무기 황금시장」이다.

이처럼 엄청난 재원이 진정한 방위력 증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도입장비 결정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호혜평등 원칙에 따른 기술이전, 그리고 도입장비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어떤 장비가 필요한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무기체계와 전술에 대한 정보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이와관련, 임의원은 『군사정보의 절대량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상황을 타개하지 않고는 정확한 소요 제기조차 어렵다』며 『매년 국방부의 중기 국방계획에 따라 무기체계 구매가 결정되고도 집행과정에서 10%이상 변경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매 규모에 걸맞는 기술이전을 보장받기 위해 대외 협상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인 국민회의 천용택 의원은 『미국이 주장하는 상호 운용성은 전쟁이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고 장기화할 때 전략기획면에서 보다 중요해 지는 개념』이라며 『무기도입을 결정할 때마다 미국이 상호 운용성을 들고 나오지만 이에 주눅들지 말고 우리의 요구를 당당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천억원을 들여 도입한 첨단무기가 사후관리 부실로 잠자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북한 무장공비 침투때 문제점을 드러낸 대잠함 초계기 P3C가 대표적인 예. 비행기만 한국군이 운용하고 수집된 정보판단은 미국에 의존하는 기묘한 운용체계 탓에 제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첨단무기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 없이 무조건 첨단 기종이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사결정자들의 태도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임의원은 『우리는 세계 무기기술의 흐름에 대한 이해와 장기적인 첨단기술 육성책을 결여한 채 무기중개상들의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이때문에 마케팅, 구매협상 등 모든 분야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국의 무기구매 압력과 로비를 탓하기 전에 우리의 국방정책 결정체계와 예산회계제도를 개선하고 자주적인 정보수집 능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이상연 기자>

◎무기체계 다변화 현황과 전망/‘상호 운용성’ 압력에 미제가 80∼90% 독점/러 탱크·불 미사일 등 다변화 걸음마 단계

우리나라가 도입한 무기 가운데 미국산은 매년 80∼9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최근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에서 다양한 무기가 들어 오고 있지만 미제 위주의 국내 무기체계에 영향을 줄 정도는 되지 못한다.

지난해 대러시아 경협차관에 대한 구상무역 형태로 도입한 러시아무기는 모두 2억달러 어치. T80U 탱크와 전투용 장갑차 BMP3, 휴대용 대공미사일 IGLA 등 최신예 무기들이 들어 왔다. 탱크와 장갑차는 1개 대대분인 20여대와 30여대가 성능 및 전략전술 연구용으로 도입됐고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모두 60여발이 들어 왔다.

이 가운데 T80U는 상공 5㎞이내의 헬기요격 능력까지 갖춘 러시아군의 최신예 탱크로 북한의 주력 탱크인 T62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전시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러시아는 15년치 포탄과 부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 승무원 교육까지 책임지고 있다.

러시아 외에도 프랑스 독일 영국 이스라엘제 무기가 특정분야에서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사일분야에서는 프랑스가 단연 돋보인다. 우리 해군이 보유한 프랑스제 엑소세미사일과 미스트랄미사일은 미제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잠수함분야에서는 독일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대우중공업이 진수한 국산 잠수함은 모두 독일 HDW사의 설계와 기술제휴로 제작된 것들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방산업체의 견제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98년 완료되는 한국형 구축함(KDX) 전투체계는 영국의 SSCS―MK7기종이 선정됐으며 통신 및 정보수집과 관련한 전자전 장비 분야에서는 이스라엘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94년 K1전차의 주포를 105㎜에서 120㎜로 개량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경합을 벌이다 최종탈락한 적이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무기 수입선 다변화가 최근의 국제추세임은 분명하지만 우리나라가 미국 위주의 무기체계에서 탈피하기에는 아직 부담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방산업체 S사의 한 실무자는 『미국측이 무기체계의 상호 운용성을 앞세워 판매공세를 펴 온 탓도 있지만 군 내부의 정책결정권자들이 미제를 유난히 선호하고 있어 미국의 독점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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