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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무기판매 각축장/패트리어트냐 S300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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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무기판매 각축장/패트리어트냐 S300이냐

입력
1997.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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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E,F22냐 수호이냐 라팔르냐/미국은 패트리어트를 팔기위해 국방장관·합참의장이 다녀가고/러시아는 S300을 팔려고 물밑공세/차세대 전투기사업엔 유럽까지 가세/미국 의존 구매정책이 흔들리고 있다/이런 때 일수록 기술이전·가격서 유리한 조건 끌어낼 지혜가 필요한데…「패트리어트냐 S300이냐」 「F15E·F22냐, 수호이35·수호이37이냐, 라팔르냐」. 우리나라가 주요 무기 수출국의 무기판매 각축장이 돼 가고 있다.

미국이 자국 방산업체의 생존 몸부림을 배경으로 시장 장악력을 늦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프랑스 등의 판매공세가 가열되고 있다. 또 이같은 각축속에 수입선 다변화 주장이 무성해 수십년간 굳어져 온 대미 의존적 무기구매 정책이 흔들리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변화의 첫번째 신호탄은 2005년을 전후해 갖출 예정인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각축. 미국은 걸프전에서 유명해진 패트리어트미사일 판매공세에 나섰고 러시아는 S300미사일이 패트리어트보다 뛰어나다며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패트리어트 판매를 위해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K씨를 비롯한 국내 무기중개상을 내세워 치열한 로비를 벌이는 한편 국방부와 상무부까지 나서서 우리정부에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적극적인 패트리어트 판매공세는 이번 판매경쟁에서 질 경우 미사일 방어체계와 연계된 조기경보체계나 차세대 전투기 등의 판매도 전망이 흐려질 것이라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커트 캠벨 부차관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러시아제 미사일 구입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심지어 지난해 한국이 러시아제 T80U탱크와 장갑차 등을 도입한 것에 대해서도 『원조금 상환을 위한 것이라지만 원유로 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반문했다.

또 지난 8일 샐리 캐슈빌리 합참의장에 이어 10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이 다시 한국을 방문하는 등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이달초 호놀룰루에서 『한국이 러시아제 S300을 구매한다면 미의회가 불쾌감을 표할 것』이라고 밝혔던 코언 장관은 김동진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도 『한미 연합전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물밑작업을 계속해 온 러시아도 미국의 노골적인 공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러시아는 국영무기 판매회사 상사원과 주한 러시아대사관, 러시아 언론을 동원해 적극적인 맞대응을 하고 있다. 더 이상 북한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졌고 미국이 지배해 온 한국시장에 파고 들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무기시장에서 일정한 지분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

게오르그 쿠나제 주한 러시아대사는 지난 10일 『코언의 발언은 러시아제 보다 질이 떨어지는 미국 무기를 한국에 강매하려는 후안무치한 기도』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자유무역을 표방하는 미국이 실제로는 보호주의 자세를 취하는 이중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S300미사일체계 고안자의 한사람인 보리스 분킨 박사는 S300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코언 장관의 발언은 군사적으로는 의미가 없으며 정치적 상업적 목적을 띤 것』이라며 주장했다.

이같은 양측의 각축에 대해 우리정부는 아직까지 분명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코언 장관과의 회담에서 김동진 국방장관은 『상호운영성도 중요하지만 다른 조건도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팀의 질문에 대해 국방부 유흥모 획득개발국장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에 불과한데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 장비는 워낙 고가여서 현재로서는 재원확보 여부도 불투명하고 이때문에 이번 정권하에서 구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도대체 패트리어트나 S300 가운데 어느 것이 우리에게 적합한 미사일요격용 미사일일까? 전문가들도 이에대해 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패트리어트는 현재 이 미사일을 보유한 주한 미군 2개대대와 통합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가격이 비싸다. 또 인공위성을 이용해 적의 미사일을 추적해야 하므로 기술이전에 어려움이 있다. 반면 S300은 가격이 싸고 지상 탐지레이더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한국군 무기체계와 상호운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에 대해서는 걸프전 당시 미국의 연합지휘체계하에서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전투기가 훌륭하게 연합작전을 수행한 예를 들어 반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결국 문제는 한국정부의 선택인 셈이다.

6조∼8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쟁탈전에 유럽세까지 가세해 더욱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F15E와 F22, 러시아의 수호이 35와 수호이 37, 영국 등 유럽 4개국이 공동개발중인 EF2000, 프랑스의 라팔르 등이 검토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벌써부터 각국 항공업체의 지원을 받는 국내 무기중개상들이 국방부와 청와대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같은 판매경쟁과 관련, 딱 하나 군사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는 것이 있다. 정부가 외국의 무기판매 경쟁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적절히 편승해 기술이전 조건을 더 유리하게 하거나 구입 가격을 낮추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조재우 기자>

◎미국의 무기판매 전략/로비… 압력… 언론플레이…/‘전쟁위기론’이 단골메뉴

한국에 무기를 판매하기 위한 미국의 공세는 다양하다. 무기선정 과정에서 각종 로비를 펴는 것은 물론 정부 고위인사의 방한을 통해 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한다. 또한 언론을 통해 전쟁위기설과 군사력 강화론을 흘리기도 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중 전쟁위기론을 미국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무기판매 촉진책으로 보고있다. 지난달 게리 럭 주한 미군사령관과 중앙정보국(CIA) 존 도이치 국장은 상원에서 북한 체제 붕괴위기에 따른 전쟁발발 가능성을 또다시 제기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남북한 어디서도 전쟁 위기를 체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쟁위기론을 들고 나온 것은 대한 무기판매와 미국의 국방예산 증가를 노린 의도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계기만 있으면 북한의 군사력을 과대 평가한 남북한 전력 비교를 내놓는 것도 한국의 무기구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94년 「서울 불바다론」이 터져 나온 직후 한국을 방문한 윌리엄 페리 당시 국방장관은 『한국군은 취약한 포병전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얼마후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계획에도 없던 포병 레이더 ANTPQ 37을 대량으로 구입했다.

93년 정찰기 도입 「금강백두사업」과 95년 북한의 T72전차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120㎜ 전차포 장착사업도 비슷한 예다. 야간 대전차 공격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코브라헬기의 야간사격 통제장비 「C 나이트」도 미국의 『북한전차의 야간공격 위협』 운운 이후에 구입됐다.

미국은 의사 관철을 위해 때로는 한국 정부의 인사에 개입한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89년 한국형전투기사업(KFP) 기종선정과 관련, F16 판매를 위해 F18을 고수하던 당시 국방장관을 교체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산업체와 정부가 손잡은 미국의 이같은 파상 공세로 90년 이후 미국 5대 방산 메이저의 대한 무기판매 실적이 같은 기간 한국 총해외 구매액의 62%인 3조9,000억원에 이르렀다.

미국의 전쟁위기론과 북한위협론에 한국이 크게 흔들리는 것은 근본적으로 군사정보의 절대적인 대미 의존이 원인이다. 신호정보의 99%, 영상정보의 98%를 미국으로부터 제공받고 있어 이 정보에 대한 독자적인 분석·판단력을 갖추지 못하는 한 국방정책이 미국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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