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의 사법처리는 여야 정치권에 「건널 수 밖에 없는 강」으로 인식돼온 지 이미 오래다. 김씨가 한보가 아니더라도 각종 국정개입 의혹과 비리연루의 덫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시기도 국회 청문회 이후가 되리라는데 별이의가 없었다. 한때 여권일각에서 『한보관련 비리사실이 아니면 구속은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야권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일찌감치 꼬리를 감췄다.다만 예외가 있다면 당사자인 김씨측과, 부자지정의 문제때문에 김씨를 감쌀 수 밖에 없는 청와대이다. 지난 주말과 이번 주초 김씨의 사법처리 문제가 강력히 부상한 것에 대해 유이하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측도 이들이었다. 김씨측은 『사법처리되려면 무엇하러 청문회를 나가느냐』며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이날 『청문회 증언과 검찰 조사도 하기 전에 사법처리를 미리 결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불쾌해 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의 분위기는 이것과는 딴판이다. 심지어 신한국당 고위관계자들조차도 김씨가 사법적 단죄를 받는게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이회창 대표는 지난 19일 편협간담회에서 이미 『(현철씨 문제는)보통사람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공정한 입장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 고위당직자는 『시국수습, 대선, 차기 정권과의 관계 등을 감안하면 답은 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야권은 말할 필요없이 「환영」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모두 김씨의 사법처리를 시국수습의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현철씨가 사법적 심판대에 오르고 난 뒤의 상황에 대한 여야의 인식은 차이가 있다. 특히 여권의 경우 현철씨의 아버지인 김영삼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 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들문제로 인한 정치적 짐을 벗게 됐으므로 김대통령의 정국 주도권이 급속도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시중의 동정여론과 3김의 동반퇴진 논란을 의식한 야권의 정치공세 자제 등을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 반론도 만만치않다. 한 여권인사는 『김씨가 사법처리된다해도 그의 비리문제가 학생들을 자극, 5월정국이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정태수리스트관련 의원들의 사법처리에 따라 정치권의 동요가 심화할 경우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비해 야권은 『현철씨는 보내되 김대통령은 살려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3김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때문이다. 따라서 현정권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 김대통령과 그의 대를 이을 여권의 차기후보에게 정치적 타격을 가함으로서 김씨문제를 대선승리의 초석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이에따라 여야는 김씨에 대한 검찰의 조치가 매듭되는 대로 대선국면으로 정국을 전환시키려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3김씨의 정국주도권 복원노력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돼 이래저래 5월 정국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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