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장엽 노동당비서가 20일 낮 입국하자 여야 3당은 즉각 성명을 내는 등 적지않은 관심을 표명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황씨 입국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환영했으나, 자민련은 『황씨가 정치적 망명임을 분명히 선언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다.여야 3당은 한결같이 『황씨의 망명을 국내정치에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하면서도 황씨의 입국이 정치권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야는 특히 우리 체제내부의 친북세력 실상인 이른바 「황장엽리스트」가 거론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으로 여야 3당은 황씨의 망명을 둘러싼 정치적 득실을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한국당은 내심 황씨 입국이 「한보수렁」에서 벗어나는 국면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고, 국민회의는 황씨 입국이 보수화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이다. 자민련은 황씨의 과거역할에 대한 시시비비를 통해 당의 보수화 색채를 분명히 할 태세다.
◎신한국/순수성 희석 안돼야
○…신한국당은 표면상 「황씨 입국에 대한 정치적 접근 불가」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 황풍의 파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성 대변인은 『정치적 저의를 갖고 황씨 망명의 순수성 자체를 희석시키거나 비하하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황비서 입국반대 입장을 표명한 자민련측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박관용 사무총장은 『황비서 망명은 한민족의 통일이라는 순수한 의미에서 접근해야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고, 김중위 정책위의장도 『황비서 입국이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안기부 1차장을 지낸 정형근 정세분석위원장은 『「황장엽리스트」가 존재하거나 황씨가 그에 관한 발언을 하면 정치권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회의/정치 이용 말아야
○…국민회의는 「황비서 입국 정치적 이용 불가」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황비서의 망명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김대중 총재는 측근들에게 황비서의 입국에 대해 「크게 걱정할 게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형 총재권행대행도 『황비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안된다는 것이 미국과 중국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윤호중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황씨는 과거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며 『우리 국민은 이제 북한정세를 이용한 정권의 국면호도책에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성숙됐다』고 지적했다.
◎자민련/먼저 사죄부터
○…자민련은 당의 보수성향을 강조하려는듯, 황비서가 「전범」인 만큼 민족상잔의 죄악을 저지른데 대해 우선적으로 사죄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그의 망명동기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택수 대변인은 『황비서가 갈라진 조국의 어느 한 부분만을 조국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그가 어떤 착각이나 망상속에 입국한 것이 아닌지 진의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안기부장특보를 지낸 이동복 의원도 『황비서의 북한탈출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평가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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