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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 송재선옹 ‘동물속담사전’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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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 송재선옹 ‘동물속담사전’ 펴내

입력
1997.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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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선조의 혜안/동물소재 5,000여개중 현정국 꼬집는 한마디 “겨 먹은 개 들켜도 쌀 먹은 개 안들킨다”여든 넷 할아버지가 「동물속담사전」을 냈다.

동문선에서 펴낸 이 책은 동물을 소재로 한 속담만을 한 데 모은 것. 개 소 따오기 넙치 구더기는 물론 상상의 동물인 붕새에 이르기까지 300종의 동물에 관한 속담 5,000여개가 실려있다. 그중 하나. 『겨 먹은 개는 들켜도 쌀 먹은 개는 안 들킨다(26쪽)』 작은 도둑은 잡혀도 큰 도둑은 잡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돼 있다. 요즘 청문회 정국에 비유하면 깃털은 잡혀도 몸통은 안 잡힌다는 얘기다.

필자는 송재선씨. 조선시대의 거유 우암 송시열의 11대손인 그는 「걸어다니는 속담사전」으로 통한다.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제2고보(경복고 전신)를 졸업하고 옹기점 벽돌공장 포목상 정미소 광산경영 등을 하다가 45년 광복되면서 『일제에서 독립한 마당에 민족의식 앙양 차원에서라도 속담을 발굴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학자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워낙 속담을 잘 썼던 데도 영향을 받았다. 『틈틈이 주위 사람들을 취재해 속담을 모았습니다. 1년여만에 2,000개가 넘더군요』 48년 11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서점가에서 속담 3,600여개를 수록한 「속담대사전」을 쌀 한 말값인 1원50전을 주고 구입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여기에 자신이 모은 것 2,000여개를 합쳐 중복되는 것을 빼도 5,000여개가 됐단다. 송 할아버지는 이때부터 『아, 속담을 모아 책으로 내야겠구나』하고 결심했다.

첫 결실이 맺어진 것이 83년. 「우리말 속담 큰사전」을 펴냈다. 실린 속담은 2만5,000여개. 이후 가나다라 순으로 늘어놓은 사전으로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속담을 찾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서 갈래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상말 속담사전」(93년), 「농어속담사전」(94년), 「여성 속담사전」(95년)에 이어 이번 동물속담사전이다. 7월쯤에는 「주색잡기 속담사전」을 낼 예정이다. 육두문자 속담을 모은 상말속담사전을 내고 나서는 아내 김희창(78)씨에게 싫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안식구는 그걸 좀 보더니 「이게 무슨 책이에요. 참 남보기 창피하네. 노인 망신 다시키네…」라고 핀잔을 주더군요. 성기를 비롯해 여성 관련 속담을 모은 책을 냈을 때는 정말 뭐해서 아들한테만 줬어요. 애비가 뭘 냈는 지는 알아야 할 테니까 주는데 며느리나 애들(손자)한테는 절대 보이지 말라고 했지요. 그런데 그나마 상말 속담사전이 잘 팔린대요. 재미있는 모양이지요. 주색잡기 속담사전은 더 많이 팔릴 것 같습니다. 아무리 양반이라도 뒤에서는 다들 했던거지요. 사람이란 게 그런 쪽에는 관심이 많으니까』

송씨의 소원은 「우리나라 속담 큰사전」을 내는 것. 『나이 70이 되면서 5년씩 인생계획을 세웠지요. 80부터는 2년씩 했습니다. 2년 안에 속담 5만5,000여개를 모은 큰 사전 집필을 마치는 게 꿈입니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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