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소지 서류 등 문건 없는듯/신문과정서 실체 드러날 수도「황장엽 리스트」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황장엽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20일 서울에 도착함에 따라 「황장엽 리스트」의 실체여부가 정치권의 민감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황장엽 리스트는 한마디로 우리사회 각계각층의 친북좌경인사 및 고정간첩 명단을 일컫는 말이다. 듣기만해도 엄청난 정치·사회적 파장을 몰고올 수 있는 정국의 「뇌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부당국자를 포함한 많은 여권인사들은 리스트의 실재여부와 관련해 아직까지는 뚜렷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듯하다.
지난달 임시국회 정보위 비공개회의에서 권영해 안기부장은 황장엽 리스트의 존재여부를 묻는 국민회의 의원 질문에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광석 외무부 아주국장은 이날 『황장엽비서가 망명을 신청할 당시 휴대했던 문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적어도 리스트와 관련해 황비서가 소지하고 있는 서류 등 문건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황장엽리스트란 단순히 황비서가 소지한 문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황비서가 머리속에 기억중인 기밀정보까지를 포함한 뜻으로 봐야하는 만큼 현재로서 「남한내 이북인사 리스트」의 존재여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황비서가 중국과 필리핀에 체류하는 동안 우리정부는 그를 대상으로 「전략신문(정보를 얻기위한 신문)」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앞으로 황비서를 상대로 한 관계당국의 신문과정에서 이른바 「황장엽 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황장엽리스트의 내용이 확인될 경우 정치권은 요동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얼마전 「한국내 고정간첩 5만명 추정」관련 보도가 나가자 정치권은 그 진위여부를 반신반의하면서도 적잖이 냉각되는 분위기였다.
신한국당 정형근 정세분석위원장이 지난달 당소속의원 및 지구당 위원장 연찬회에서 『황장엽 리스트가 존재할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그같은 정치권 저변의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권은 황장엽 망명과 관련, 촉각을 예민하게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나 관계당국은 황비서의 진술을 통해 밝혀진 내용들을 가급적 언론에 공개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황장엽리스트에 쏠린 관심은 갈수록 고조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황비서의 진술내용에 따라 정치권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국내의 주요 정치인들 중에서 자신이나 가족친지들의 사상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온 사람들이 있다면 황비서의 「한마디」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거나, 혹은 더욱 곤경에 빠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황장엽 리스트」가 지닌 잠재적 폭발성의 한 가능성이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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