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 내던지는 적막감/존재의 내면 그린 중·단편 8편 모아회화적 이미지와 「멈춰있음」의 역설적 에너지를 작품 속에 투영해오고 있는 작가 권현숙(42)씨가 그동안의 중·단편들을 모아 소설집 「나의 푸르른 사막」(세계사간)을 펴냈다.
92년 작가세계에 단편 「두시에서 다섯시 사이」를 발표하며 데뷔한 권씨는 95년 「인샬라」로 한겨레신문 주최 해방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탄탄한 작품 세계를 인정받았다. 「나의…」에는 데뷔작 「두시에서…」를 비롯, 올해 이상문학상 후보에 오른 「연못」 등 8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각기 다른 소재, 다른 형식을 가진 작품들이지만 모두 권현숙 소설이 갖는 광기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귀금속을 세공한 듯한 정교한 언어선택과 오감을 잔뜩 긴장시키는 감각적 문체로 세상을 포착한다. 특히 인간 삶의 한순간을 스냅사진처럼 찍어 영화에서의 클로즈업과 같은 효과를 낸다. 존재의 내면으로 지나치게 파고든다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존재 이외의 것에는 관심이 없을까…(중략) …당신에게 보이는 개개의 사물들 깊숙한 곳에―향기로운 나무들 속에, 반짝이는 유리조각들 속에, 캄캄한 쇳덩어리 속에, 단단하면서도 부스러지기 쉬운 시멘트 속에―나는 있다」(두시에서 다섯시사이)
이처럼 자신을 사물로 치환시키는 등의 장치로 그가 독자에게 내던지는 적막감은 극도의 고독과 단절감, 고통을 요구한다. 문학평론가 정호웅씨는 이와 관련해 『권현숙 소설의 활동성과 정체성, 밝음과 어둠의 대비가 구성하는 그 세계는 낯설고 불온하다. 그 유미주의와 불온함은 작가 권현숙의 재능이다. 평범한 이야기꾼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 나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이 그 속에 들어있다』고 평한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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