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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막으러 왔다”/황장엽씨 서울 첫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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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막으러 왔다”/황장엽씨 서울 첫 밤

입력
1997.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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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길 67일만에 김덕홍씨 함께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가 김덕홍 여광무역총사장과 함께 20일 상오 11시40분 필리핀 민항 특별기(보잉 737)편으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황비서는 지난 2월12일 중국 베이징(북경)의 주중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신청, 3월18일 필리핀으로 가 34일동안 체류한뒤 망명신청 67일만인 이날 서울에 도착했다. 황비서는 「서울도착 인사말씀」을 통해 『양심의 명령과 남쪽형제들과 손잡고 전쟁을 막아 보는 길 밖에 없다는 확신아래 대한민국으로 오게 됐다』고 망명동기를 밝히고 『세심한 배려로 돌봐주고 따뜻이 맞이해준데 대해 대한민국 정부와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황비서는 『북조선은 사회주의와 현대판 봉건주의, 군국주의가 뒤섞인 기형적체제로 변질됐고 경제가 전반적으로 마비상태에 들어가 빌어먹는 나라로 전락했다』며 『그럼에도 북조선이 개혁개방 및 남조선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전쟁준비에 계속 몰두하고 있는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미 민족앞에 큰 죄를 지었으며 부끄럽기 그지 없다』고 사죄한뒤 『남쪽 동포들이 허락만 해준다면 힘을 합쳐 전쟁 도발을 막고 우리 민족을 평화적으로 통일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덕홍 총사장도 『기아와 빈궁에 시달리는 북조선 겨레를 구원하고 7천만 우리 동포가 하나의 대가정에 모일 그날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 사업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비서는 이어 기자들과 간단한 일문일답을 갖고 『서울에 도착하니 정말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히고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황비서는 자신의 망명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하며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황비서는 서울공항에서 승용차로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마련한 안가로 직행, 서울의 첫 밤을 보냈다. 안기부는 황비서에 대한 조사와 신문이 상당부분 진척되면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언론에 공개할 방침이다. 황비서는 관계기관 조사와 심경정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적절한 시기에 김영삼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이에앞서 황비서는 서울공항 계류장에서 필리핀에서 동행해온 리바르네스 필리핀 장군이 가디야 주한 필리핀 대사를 통해 이병기 국가안전기획부 2차장에게 인도하는 절차를 밟았다.<김병찬 기자>

◎북 일절 반응 없어

북한당국은 황장엽 비서가 입국한 20일 어떠한 논평이나 보도는 물론, 도착 사실조차 전하지 않았다고 관계당국이 밝혔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은 과거 남북 관계의 현안들에 대해 대체적으로 빨라야 하루내지 이틀후 반응을 보여왔다』면서 『일정기간이 지난뒤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형태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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