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전쟁의 대립’ 규정 북 남침 경고메시지/“민족앞에 큰 죄” 자신의 행적 사죄성명 눈길황장엽 비서는 20일 『갈라진 조국의 북을 떠나 남으로 왔다』는 말로 도착 성명을 시작했다. 황비서가 남북한 양측에 대해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갈라진 조국의 어느 한 부분만을 조국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더욱 명료하게 입장을 밝혔다. 황비서는 북한은 물론, 우리측도 자신의 진정한 조국은 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같다. 앞으로 그와 우리 정부와의 관계를 감안할 때 주목되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황비서는 망명동기를 전쟁을 막기위한 것이라고 한층 더 구체화시켰다. 그는 『북조선은 수십년 동안 키운 막강한 무력을 사용하는 길 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것같다』며 북한측의 군사적 남침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지난 2월 베이징(북경)에서 진술서를 통해 『통일문제를 넓은 범위에서 협의하기 위해 북을 탈출했다』고 말했고, 망명동기에 관한 성명서에서는 『전쟁의 위험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다소 엇갈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황비서는 자신이 「보다 임박한 위험」을 경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넘어왔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황비서는 『모든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합쳐도 7천만 우리 민족의 생사운명과 바꿀 수 없다』면서 『출로는 오직 남쪽 형제들과 손잡고 전쟁을 막아보는 길이라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북간의 대립은 전쟁과 평화의 대립』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는 김정일의 전쟁의사 및 북한의 공격준비 상황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로도 해석된다. 현재 「황장엽 정보」에 대한 주관심이 북한체제의 존속가능성, 또는 우리 내부의 「황장엽 리스트」에 쏠려 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 황비서가 전달할 전쟁경고 메시지는 상당한 파장과 논란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황비서가 남측 땅에 발을 들여 놓자마자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해 사죄성명을 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는 『나는 민족앞에 큰 죄를 지었으며 부끄럽기 그지 없다』면서 『이 죄는 그 무엇으로도 보상하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황비서의 이같은 언급은 북한의 유일체제를 건설하는 데 주요한 몫을 했고, 한국전쟁과 대남 공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지칭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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