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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방지 시급하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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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방지 시급하다(사설)

입력
1997.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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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자신의 명의로 변칙실명전환해 준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과 이경훈 전 (주)대우 대표에 대한 무죄를 확정함에 따라 그동안 갖가지 명분으로 완화돼 종이호랑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금융실명제의 보완문제를 다시 제기했다.대법원의 판결은 그동안 만연돼 있을 것으로 추측하면서도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묵인해 왔던 합의차명 예금계좌에 대한 법적면죄부를 주었고 기업이나 개인이 사실상 거리낌없이 남의 이름을 빌려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아울러 차명거래가 법적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올해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크게 훼손될 전망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대상(부부합산금융소득 4,000만원 이상)이 되는 예금주들이 묵계에 의해 남의 이름으로 예금을 분산하거나 종합과세가 제외되는 기업명의로 차명예금을 했을 경우 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계기로 우리가 크게 유의해야 될 부문은 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시행된지 4년여가 지나도록 실명전환을 하지 않고 있는 예금이 아직도 3조3,000억여원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들 예금은 금융실명제에 따라 금융실명제실시 만 5년이 되는 98년 8월12일이 지나면 사실상 휴면계좌로 취급돼 은행소유로 몰수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 예금의 주인들이 얼굴을 감추고 실명전환을 꺼리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이들 예금을 모두 떼이더라도 신원을 감추고 있는 게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로 「검은 돈」이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들 자금의 주인이 일부는 마약 등 범죄조직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정치권에서 금융실명제의 완화론이 제기될 때마다 그 저의를 이에 결부시켜 보는 시각도 적지않았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이들 검은 돈의 주인들이 예금액의 40%만 과징금(올 8월12일까지의 실명전환시 과징금)으로 지불하면 남의 이름을 빌려 합법적으로 꺼낼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당국이 해야될 일이 분명해진다. 우선 세정당국이 나서 급격 한 예금이동에 대해서는 변칙실명여부를 가려 그 자금출처를 따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기왕에 추진키로 한 실명제 대체입법작업을 서둘러 이제는 허점투성이로 전락한 금융실명제를 하루 빨리 보완하고 정치권의 반대로 미적거리고 있는 자금세탁방지법제정도 함께 추진해 검은 돈의 합법화의 여지를 없애야 할 것이다.

특히 실명제 대체입법과 자금세탁방지법 제정에서는 무엇보다 합의차명을 이용한 검은 돈의 거래가 원천적으로 붕쇄되어야 하겠지만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지나친 경직성도 피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의차명의 실소유주를 명확히 드러나게하는 규정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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