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작고한 영국의 경영학자 퍼킨슨은 「조직은 일단 생겨나면 일이 있건 없건 비대해지게 마련이다」는 이른바 퍼킨슨의 제1법칙을 내놓아 유명하다. 이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퍼킨슨 제2법칙이 있다. 「정부는 세금이 들어오면 들어온 만큼 쓰게 마련이다」는 명제다.퍼킨슨은 『이 세상의 세금에는 지불하는 세금과 빼앗기는 세금의 2가지가 있다』며 『빼앗기는 세금의 상한선은 그 세금을 회피하는 수고와 맞먹는 지점』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납세자들은 탈세나 절세에 끝까지 몸부림치다 이것이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때 세금을 낸다는 이야기다.
그는 세율이 수입의 20%를 넘으면 탈세가 성행하고 30%를 넘으면 탈세가 만연돼 국력이 쇠퇴해지기 시작하며 35%를 넘으면 조세저항으로 국가의 안전마저 위태로워진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36%의 세율은 과세절벽의 꼭대기」라고 말했다.
지구상에 국가가 성립된 이래 세금은 존재해 왔고 세무공무원의 징세와 납세자의 절세(혹은 탈세)노력의 접합점에서 세금이 걷혀왔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정부는 국내유일의 세무공무원 양성기관인 2년제 세무대학을 오는 2000년부터 4년제 정규대학으로 개편키로 했다. 개편과 함께 지금까지 세무대졸업생을 전원 세무공무원(8급)으로 채용하던 방식도 바꾸어 우수학생만 선별해 특별채용하고 나머지 졸업생들은 기업에 진출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일견 의미있고 타당한 정책방향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걱정과 우려도 없지않다. 4년간 한 울타리에서 동거동락하며 젊음을 보낸 세무대 졸업생들이 일부는 세금을 거두는 세무공무원이 되고 일부는 기업체에서 세금을 줄이거나 회피하는 업무를 맡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학교에서 배운 징세기법과 세정지식이 절세나 탈세기술로 전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4년간의 학연이 세금을 둘러싼 비리의 인연으로 작용하지 말란 법도 없다.
작금의 한보청문회에서도 학연이 뇌물수수의 매개로 이용되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이길 바라지만 세무대학 개편때 이런 우려들을 씻을 제도적이고 윤리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논설위원실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