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우리곁에 있었던 표범·여우·반달가슴곰…/환경파괴로 얼마뒤엔 사전에서나 볼 수 있을지 모른다3분전, 2분전, 1분전….
카운트 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그것도 한참 전에. 인공위성 발사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 곁에 있었던 표범과 여우, 크낙새와 독수리, 남생이와 구렁이, 쇠똥구리, 파초….
얼마뒤 우리는 그림책에서만 이들을 만날 수 있을 지 모른다. 지금 공룡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듯.
한국의 생태계는 숨이 가쁘다. 「멸종시계」 위에서 「2분전」, 「1분전」을 향해 시시각각 떠밀려 가고 있다. 가버린 시간이 다시 올 수 없듯, 이들도 사라지면 다시 오지 않는다.
산업화에 따른 환경파괴, 이로 인한 생태계 보호문제가 지구적 관심사로 떠오른지 오래지만 결코 「멸종시계」의 분침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 특별취재팀은 한국 생태계 파괴의 실상을 기록해 두기 위해 학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멸종위기종을 알아 보고 계통별로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을 골랐다. 그리고 위기의 정도를 멸종까지의 가상의 시간개념으로 표현한 「멸종시간표」를 만들어 보았다.
지난해 6월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있는 생물은 모두 2만8,000여종. 이중 0.3%인 70∼80종이 군락지 지정과 인간의 접근통제 등 특별한 보호조치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이들 동·식물 모두가 위기에 처해있지만 최종적으로 발견된 연도와 개체수, 서식지 환경 등을 고려해 멸종위기의 정도를 6단계로 나누었다.
포유류는 표범 여우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수달 물범 쇠고래 등 9종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표범, 여우는 40년 가까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지 않아 이미 멸종됐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천연기념물 329호인 반달가슴곰은 웅담을 노린 밀렵꾼들의 표적이 된 결과 자연 서식 개체수가 10마리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동물원과 연구소 등에서는 반달가슴곰의 증식을 위해 동남아와 일본 등지에서 수입한 1,344마리를 인공사육하고 있다.
종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것은 파충류와 양서류이다.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파충류와 양서류는 41종에 지나지 않는데 그중 14.6%인 남생이 자라 구렁이 까치살모사 비바리뱀 맹꽁이 등 6종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맹꽁이는 최근 비무장지대(DMZ)를 중심으로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당장의 멸종위기에서는 벗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텃새는 313종중 크낙새와 검은머리 물떼새, 검독수리, 수리부엉이, 흑비둘기, 올빼미, 호사비오리, 새매, 굴뚝새, 붉은 배새매, 독수리, 잿빛독수리, 흰꼬리 수리, 참수리, 매, 황조롱이, 느시, 뿔쇠오리, 쇠부엉이, 솔부엉이, 큰소쩍새, 소쩍새, 팔색조, 알락꼬리주발귀 등 30여종이 멸종위기종이다.
또 1만1,853종의 곤충 가운데 붉은점 모시나비, 쇠똥구리, 왕쇠똥구리, 큰풍뎅이, 장수풍뎅이, 왕은점 표범나비, 반디, 산굴뚝나비, 꽃매미, 물장군 등 10여종이 위기에 처해 있다. 어류는 905종 가운데 칼상어, 철갑상어, 퉁사리 등 3종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됐는데 학계에서는 유역이동 어종인 칼상어, 철갑상어보다는 점몰개, 감돌고기, 돌상어, 꾸구리, 부안종개, 꼬치동자개, 묵납자루 등 순수 자생어종의 생존환경 악화가 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4,662종의 고등식물중 한란, 섬댕강나무, 파초일엽, 미선나무, 섬초롱꽃, 섬말나리, 산개나리, 창포, 흑난초, 풍란, 나도풍란, 순채, 가시연꽃, 백부자, 삼지구엽초, 깽깽이풀, 섬자리공, 끈끈이귀개, 백량금 등 19종도 위협을 받고 있다.
생물종의 다양성이 급격히 파괴되고 있는 상황은 「최후의 절멸종」이라는, 오만에 젖은 인간에 대한 위협이다. 과연 한국일보의 「멸종시간표」에서는 어느 동·식물이 「0시」를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갈까? 아니면 다행히 카운트 다운의 위기에서 벗어날까? 「멸종시계」를 멈출 수는 없는 것일까?<유성식 기자>유성식>
◎마지막 크낙새 1쌍 “서식지 밝힐 수 없어요”/알려지면 사람 등쌀에 못배길 것 뻔해
천연기념물 197호인 크낙새는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세계적 희귀조다. 93년 11월3일 경기 광릉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앞 애기능 전나무위에서 숫놈 1마리가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발견 보고가 없어 멸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낙새 서식을 확인하는 데는 녹음된 크낙새 울음소리를 틀어 놓고 반응을 기다리는 「플레이백」(Play Back)」방식이 흔히 이용된다. 93년 발견 이후에는 번식기인 5, 6월에도 전혀 반응이 없어 주서식지 광릉에서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추정돼 왔다. 과연 크낙새는 멸종한 것인가.
조류전문가인 경희대 윤무부 교수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윤교수는 『설악산의 1,000m높이의 봉우리에서 1쌍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장소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발견 장소를 밝힐 수 없는 것은 『학자적 양심』때문. 『크낙새는 환경오염과 소음에 극도로 민감한데 서식지가 알려지면 사람들의 등쌀에 배길 수가 없어요. 광릉에서 크낙새가 사라진 것도 산림박물관이 개설돼 주차장이 들어선 데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 나 숲이 시끄러워졌기 때문입니다』
『크낙새는 우리나라 외에는 필리핀 등 동남아에 아종이 있을 뿐입니다. 북한에 몇마리가 있다고 하지만 확인된 것은 한마리도 없어 설악산에 사는 1쌍이 지구상의 마지막 크낙새일 수도 있습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도움말 주신분
◇김수일 한국교원대 생물교육학과 교수
◇김익수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
◇권용정 경북대 농생물학과 교수
◇남상호 대전대 생물학과 교수
◇소웅영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한국식물학회장
◇우완종 전 자연보존협회 사무총장
◇윤무부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전의식 한국식물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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