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민주화운동 50년사 나온다/현대사 공과 남김없이 “고백”/3·15참여 「만송족」·어용교수 퇴진과정 생생/필화고초 지식층 수난 글 등도 상세히 기록서울대 교수들이 4·19혁명 37주년을 기념, 한국 현대사의 주요 고비때마다 선배·동료 교수들이 남긴 영욕의 발자취를 모아 「교수민주화운동 50년사」를 엮었다. 이 책은 후학들이 선배·동료 교수들의 공과를 남김없이 기록한 「고백성사」이자 지식인의 사명과 역할에 대한 따가운 질책을 담고있어 혼미하기만 한 97년 4월19일에 「그 날의 의미」를 새삼 곱씹게 한다.
김진균(사회학) 김인걸(국사학) 교수 등 8명이 1년여동안의 작업을 거쳐 탈고한 이 책에는 3·15부정선거전 비열했던 사회지도층 인사의 일그러진 자화상과 4·19혁명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연장 의도에 항거한 교수사회의 움직임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3·15부정선거」를 열흘 앞둔 3월6일 서울운동장에서는 「이승만 박사, 이기붕 선생 출마환영 예술인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만송족(만송은 이기붕의 호)」이라 불리던 당대의 저명 학자와 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만송족은 당시 곡학아세하던 인사들을 식자층이 비꼬아 부르던 말. 지금 생각하면 노골적인 사전선거운동인 이날 대회에는 많은 지식층 인사들이 모여 이승만, 이기붕씨의 자유당 정권 지지를 표명했다. 60년 서울대 문리대 이희승 교수, 법대 김증한 교수가 기초한 「4·19혁명선언문」은 이들을 「사이비 학자와 정치도구화한 문화예술인」이라고 규정하고 철저한 배격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책은 또 4월29일 서울대 문리대, 법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낡은 교육자, 교육관료 척결운동」이 경기고 등 전국 고교로 확산되는 과정, 당시 이선근 성균관대 총장 등 학자들의 퇴진 과정, 서울대 미대 장발 초대학장 등이 어용교수 및 전횡 시비에 휘말려 퇴진하는 과정 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특히 4·19혁명 전후 역사와 현실에 대한 교수들의 치열한 고민과 함께 이미 잊혀졌거나 애써 숨겨왔던 교수와 대학사회의 치부도 낱낱이 공개했다.
정치적 이유가 예술세계를 지배하는 풍토에 반발, 진보적인 성향의 교수들이 타대학으로 옮기면서 불거진 서울대 미대와 홍익대 미대간 대립 등 학내에서조차 거론이 금기시됐던 문제를 자료제시와 함께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이와 함께 65년이후 한일협정과 군정에 반대한 교수들이 「정치교수」로 몰리거나 필화로 교수직에서 쫓겨난 경우, 구속 등 교수 수난사와 서울대 장이욱 총장 등 교수들이 정권의 폭압에 굴복하지 않고 발표했던 각종 글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집필위원장 김진균 교수는 『일부 내용은 생존해 있거나 재직중인 교수와 연관되는 부분이어서 최대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작업했다』며 『이 책은 특정인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학과 사회에 대한 지식인의 역할을 되물어보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최윤필·윤순환 기자>최윤필·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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