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평화유지군 소속으로 93년 소말리아에 파견됐던 벨기에군의 만행이 뒤늦게 폭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벨기에 일간 「헛 랏스터 뉴스」는 벨기에 군인들이 당시 소말리아 민간인에게 가한 잔혹행위를 담은 사진을 최근 연이어 보도, 벨기에 전역을 들끓게 했다.이 신문은 지난주 벨기에 공수부대원 2명이 소말리아인을 산 채로 불에 태우는 모습과 한 거지에게 구토물을 강제로 먹이는 모습을 보도한 데 이어, 17일에는 한 병사가 사망한 소말리아인 얼굴에다 소변을 보는 사진을 실었다.
벨기에군이 저지른 범법행위는 95년에도 사회문제가 돼 15명의 최정예 공수부대원들이 재판을 받았지만 증거부족으로 모두 풀려난 바 있다. 이들은 유엔군의 작전명인 「희망회복」과는 거리가 먼 고문과 강간, 살인 등의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진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이미 확보돼 있어 상황이 다르다. 게다가 사진을 제보한 사람이 한때 소말리아에서 문제의 병사들과 함께 근무한 동료였기 때문에 이들의 가혹행위가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시민의 분노 앞에서 벨기에군도 성역없는 조사를 다짐하고 있다. 군 당국은 『관련자들의 신병을 모두 확보했으며 범행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모두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진보도 이외에도 소말리아인을 컨테이너에 감금한 뒤 뙤약볕에 방치, 사망케 한 행위도 밝혀냈다고 공개하는 등 이번 기회에 「소말리아 스캔들」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엔군은 내전으로 죽음의 땅이 된 소말리아에서 92년 12월부터 95년 3월까지 27개월동안 평화유지활동을 벌였으며 한국도 이에 참가한 바 있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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