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상현 지도위의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조크를 만들어내는 다변의 정치인이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는 대선후보 경선 포기를 밝히는 발표문을 굳은 표정으로 읽어내려갈 뿐이었다.
가능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김의장은 대선후보 출마를 30여년 정치생활의 「꽃길」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 「계란으로 바위깨기」 「여당의 기쁨조」 등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김의장은 5월 전당대회 하루를 위해 오랜 기간 전국을 누벼왔다. 그는 검찰 소환조사후 주변의 출마 포기 건의를 받고도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인지 그는 이날 지난 3년간 정치활동에 들어간 「투자액」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환경포럼 등 3개 단체의 활동에만 93년부터 9억5,000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김의장은 또 『지난 총선때 가까운 후보들에게 적게는 100만원, 크게는 수천만원씩 해줬고, 6·27지방선거 때는 광역단체장 후보들에게 수천만원에서 1억원씩 지원했다』며 당중진으로서 들어가는 「정치비용」을 밝혔다.
이같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김의장은 기업들로부터 1억∼2억원씩 정치자금을 받고도 모자라 21개 금융기관에서 5억5,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씀씀이가 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데 대한 변명은 되지 않는다. 김의장은 늘 논란이 따르는 정치인으로 그를 칭찬하는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책임을 지기 위해 공을 들여 닦아온 대선가도를 포기한 것은 정치의 정도를 나타낸 것으로 본다. 이날 회견에서 그가 보여준 것은 「정치인다운 정치인」의 모습이었으며 다른 대선 예비주자를 포함한 정치인들도 꼭 한번쯤 되새겨 보아야 할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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