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 국민이 한보청문회라는 대하드라마에 빠져있다. 건국이래 최대의 부정사건이라는 지적에 걸맞게 한보드라마는 마치 일일연속극처럼 온 국민을 관객으로 삼고 진행되고 있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등장인물과 플롯이다. 한보청문회에 출연하는 인물은 주인공이나 조연 모두 너무 유명한 스타들이다. 등장인물의 면면을 보면 이미 이 드라마는 성공하게 되어있으나 어쩐지 지금까지는 몹시 실망스럽다. 플롯이 관객의 기대감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플롯이란 무엇인가? 좋은 플롯은 작품의 첫부분에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중에 답을 해주는 형식을 취한다.플롯은 사건의 결합으로서 개개의 사건들이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결과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관객은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라마의 흐름을 즐긴다. 이 때 관객은 다음에 일어날 사건을 짐작하면서 드라마가 제기하는 커다란 물음을 마음 속으로 하게되는 것이다. 「햄릿」의 예를 들자면 관객은 『과연 햄릿은 아버지의 복수를 할 것인가?』라는 커다란 의문을 품는다. 드라마의 클라이맥스가 지나고 나면 『그렇다. 그러나 햄릿도 죽는다』라는 답을 얻게 된다. 한보드라마를 보면서 국민들은 『과연 정태수리스트가 밝혀질 것인가?』라는 질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보청문회는 바로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 구성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아니다.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다』라고 미리 실망스러운 답을 떠올리게 된다.
정치권에서 이러한 관객들의 반응을 읽었는지 앞으로 남은 부분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다행히 정치권에서 플롯을 새롭게 구성할 능력이 있다면 한보드라마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능력이 없다면 드라마를 일찍 종결하려 할지 모른다.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고 드라마를 일찍 종결하는 행위는 드라마의 본질을 모르는 무지한 소치가 될 것이다. 드라마는 관객의 최종평가로 완결되기 때문이다. 만일 좋은 플롯을 연구해보려 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권하고 싶다.<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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