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지머리를 한 인디언 청년을 만난 것이 4년전 초봄이었다.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인디언기념품전시장…. 유심히 쳐다보던 그가 다가와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한국에서 왔다』 『우리는 많이 닮은 것 같지 않은가?』 『나도 아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몽고인종적 특색을 공유한 우리는 친밀감으로 함께 웃었다.산타페로 가는 사막길을 달리며 기념품으로 산 카세트 테이프의 인디언 플루트곡을 들었다. 청량한 음색과 멜로디의 잦은 꺾임, 장식음 등이 흡사 우리의 단소나 대금 연주를 듣는 것 같았다. 편안했다. 인근에 몇개의 인디언 보호구역을 거느리고 사막 가운데 있는 산타페는 미국인이 노후에 가장 가서 살고 싶어하는 휴양도시, 예술의 도시이다. 인디언문화와 멕시코문화의 유산이 공존하는 도시, 「아도비」라는 흙건축물과 나무들로 평화로운 땅, 고미술·공예품·현대미술이 함께 숨쉬고 있는 공간이 산타페이다. 수십개의 화랑과 화가의 작업장들이 딴 세상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산타페」라는 카페가 문을 연 것도 그 무렵이었다.
세계에서 화랑가나 미술의 거리로 유명한 곳은 뉴욕의 소호, 워싱턴DC의 내셔널 몰, 산타페, 파리의 퐁피두센터 주변과 몽마르트르언덕, 도쿄(동경)의 긴자(은좌) 등이다. 그러나 고미술·현대미술화랑의 밀집도나 규모가 인사동만한 곳은 없다. 인사동은 하나의 큰 박물관, 혹은 현대적 미술관이다.
인사동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 우리 정서의 뿌리에 닿아있는 골동품과 현대미술품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그러할 것이다. 또한 우리를 주눅들게 하는 높은 빌딩들 대신, 눈높이에 맞는 전통 한옥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편안함 속에서 문화는 보존되고 성숙되며 꽃핀다. 인사동은 지난 13일부터 일요일(상오 10시∼하오 10시)에는 차없는 거리가 되어 새로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새로운 인사동의 지향점은 결국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 문화의 소중한 재발견장이자, 미술문화 수출의 전진기지가 되는 것이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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