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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은 짧고 정치는 길다?/신효섭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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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은 짧고 정치는 길다?/신효섭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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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상오 국회의장실. 홍보 관계자가 『김수한 의장의 사퇴는 생각해 본 일도 없으며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 담긴 팩스를 언론사에 넣고 있다. 비슷한 시각 신한국당 당사에서는 이윤성 대변인이 『국회의 권위와 함께 개인의 명예도 존중돼야 한다. 책임은 검찰조사뒤에 따질 일』이라는 요지의 논평을 발표하고 있다.같은 날 상오 모정당의 한 당직자실. 「정태수리스트」에 포함돼 검찰 조사를 받은 이 의원에게 기자들이 「거취」문제를 묻는다. 이 당직자의 변. 『글쎄 지금 나 혼자 물러난다고 하면 당에 누를 끼치는 것 같아서…. 조사결과는 봐야지』 그는 한보로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게 확인됐다.

이 세가지 상황은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일반 국민사이에 얼마나 큰 인식차가 있는 지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들이다. 우선 김의장. 「사퇴를 생각해 보지 않는」문제는 그의 사고영역에 속하는 사안이므로 타인이 왈가왈부할게 아니다. 그러나 그의 사퇴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인지는 별개다. 『의장이 검찰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입법부의 위신을 깎아내리는 것』 『입법부수장의 권위를 지키려면 먼저 의장직을 내놓는게 순리』라는 얘기가 그가 속한 신한국당 의원들사이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음을 과연 김의장은 아는지 모르겠다. 신한국당 이대변인은 국민들이 『김의장의 명예만 명예인가. 국민의 손상된 명예는 어떻게 찾아줄 것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지 궁금하다.

가관인 것은 정태수리스트에 포함된 여야 당직자들 태도이다. 이들은 검찰소환전에 한결같이 「정치인의 생명은 명예」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자금수수사실이 밝혀져 명예가 더럽혀진 뒤에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정치인들에게서 책임과 명예, 이 두 가지를 최고의 덕목으로 알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은 과연 언제일지 아득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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