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대전제는 국민여론 흐름”/‘역사 바로 세우기’와 배치 우려 “검토한바 없다” 신중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진 17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면에 관해서는 할말이 없으며 검토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면」을 언급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정치권은 표를 의식하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뜻은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반응에서 알 수 있듯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복권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사면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구체적 시기까지 거론하는 정치권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청와대는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복권이 마땅히 이뤄져야 하는 것인지를 다각도로 짚어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면·복권 결정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새삼 강조한 뒤 『작위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이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면 등 결단의 대전제는 「국민여론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며 『두사람을 사면·복권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여론의 대세인가』라고 반문했다. 대선후보 등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대구·경북지역의 정서를 의식, 사면·복권을 주장하나 TK민심이 반드시 이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사면·복권을 임기내 단행하는 것이 현 정권을 지탱해준 「역사 바로세우기」라는 국정운영 기조와 배치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출범후 4년 내내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같은 행태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내부 의견이 적지않다. 또 사면·복권이 한보사태나 김현철씨 문제 등 정국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된다는 의혹을 사지않기 위해서라도 이를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전·노씨에 대한 사면·복권이 앞으로 전개될 정치상황과 맞물려 처리돼야 할 문제임을 깊이 인식, 사면 등에 따른 현실적 득실도 면밀히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대선의 쟁점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면 등을 하더라도 대선이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 사면 등을 할 경우 전·노씨가 구여권 인사들로 정당을 만들어 여권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권의 대선후보가 선거전에 유리하다고 판단, 사면 등을 요구한다면 이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현철씨 문제나 정치인 수사 등이 의외의 방향으로 번져 정국통제가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불가피하게 대화합 정치를 위한 카드로 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대통령에게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복권은 그야말로 계륵이라 할 수 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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