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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곳곳 균열 “누더기”/경부고속철 부실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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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곳곳 균열 “누더기”/경부고속철 부실현장 르포

입력
1997.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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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면 콘크리트조각 뚝뚝 떨어져/교각엔 흘러내린 물자국 뚜렷/철근간격도 7∼25㎝ 들쭉날쭉15일 낮 충북 청원군 강외면 경부고속철도 5―1공구 상봉1터널 현장. 길이 3백37m인 터널 내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총체적 부실의 축소판이었다.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과 시공사 직원 안내로 터널에 들어선 순간 「대충주의」와 「안전불감증」은 곳곳에서 목격됐다.

떨어져 나간 콘크리트 조각과 균열로 터널 내부는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콘크리트 높낮이 차이로 생긴 터널 벽면 이음부의 균열은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고 균열 사이사이 콘크리트 조각들은 손만 대면 뚝뚝 떨어졌다.

시속 3백㎞이상으로 달리는 열차가 터널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압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 콘크리트 조각들이 열차 유리창이라도 깨는 날에는 대형참사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터널 내부는 빙판처럼 말끔해야 한다. 그러나 성의없이 거푸집을 만들고 마무리작업도 제대로 하지않아 터널 내부는 누더기였다.

충남 연기군 전의면 서원교(길이 5백40m) 건설현장도 마찬가지. 아래에서 올려다 본 남쪽 첫번째 교각 상판 하단부분은 철근이 드러나 있었다. 콘크리트로 내부를 꽉 채우지 않아 콘크리트가 힘없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부실공사 사실을 알고 보수공사를 했지만 눈가림에 그쳤다. 미국 감리업체인 WJE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망치로 두드리자 콘크리트가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WJE사는 이 교각을 재시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충남 아산군 음봉면 산동1교(길이 4백38m)는 설계부터 잘못된 경우. 상판과 교각을 연결하는 교좌장치는 완전히 뜯어내고 다시 설치해야 할 판이다. 열차가 시속 3백㎞ 이상으로 달릴 경우의 안전성이 검증된 적 없는 「레일받침형」 교좌장치를 채택, 시공했다가 뒤늦게 「고무받침형」으로 교체키로 하고 재시공을 준비중이다. 교각 전체에는 흘러내린 물자국이 뚜렷했다. 상판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증좌다. 누수는 철근을 부식시킬 수 있다.

상판의 배수로는 정밀하게 시공되지 않아 물이 고여 있었다.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고인 물이 선로를 변형시켜 대형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상판내 철근엮기 작업도 엉성하다. 철근 간격이 10㎝로 일정해야 하는데도 불구, 간격은 7∼25㎝로 들쭉날쭉이었다. 철근간격이 일정하지 않으면 힘을 받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상판과 상판 이음새 부분의 콘크리트도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않아 곳곳이 쥐 파 먹은 듯하다.

경부고속철도가 이처럼 날림·부실 시공되고 있는 것은 공기에 맞추기 위한 막무가내식 공사진행, 무성의한 시공 등에 기인한다. 문제는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청원·연기=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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