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15일 북한에 대규모 감군을 촉구한 것은 미국의 대 북한접근법이 현실인식쪽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전후사정의 설명없이 민족이 민족을 돕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식이어서 우리를 매우 곤혹스럽게 했던 측면이 있었다.간단한 방정식으로 풀어 보더라도 만일 북한이 군사비를 10분의 1만 줄이면 북한주민 전체가 1년 먹을 쌀을 살 수가 있는 것이어서 식량지원을 말하면서 북한의 군사력감축을 촉구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다. 주로 미국측을 통해 나온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보면 북한기아현상이 죽도 못 먹고 고작 배추쓰레기나 주워 연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군량미 3개월분중 1개월분만 풀어도 그런 비참한 현상을 단번에 가실 수 있게 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군사력은 계속 확대 내지 유지하면서 식량지원을 미국이나 국제기구에 호소하고 그 호소가 다시 한국에 전달되곤 하는데 이는 확실히 사리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북한의 경제가 지난 5년간 마이너스성장을 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항이다. 북한의 군사력을 재래식군사력과 대량살상무기로 나눈다면 경제사정악화와 더불어 당장 영향을 받는 것은 재래군사력 부문일 것이다. 병사를 배불리 먹이지 못하고는 적절한 훈련을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핵무기, 화학무기같은 고도의 대량살상무기는 권력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놓지 않으려는 권력유지 수단이자 전쟁위협수단이기 때문에 재래식 군사력이 형편없이 줄어들 지경에 이르러도 좀처럼 그 개발이나 유지를 놓지 않으려 드는 것이다.
북한은 95년 현재 GNP 209억달러(18조7,000억원)의 26.8%를 군사비로 지출해 전차 3,800대, 장갑차 2,800대, 야포 1만1,000문, 방공무기 1만2,500문, 전투함 430척, 잠수함 35척, 지원함 335척, 전투기 840대, 지원기 510대의 화력을 지닌 105만병력의 강력한 공격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군예산의 10%만 감축하면 215만톤의 쌀을 살 수 있다. 이 쌀이면 북한 전주민이 잡곡을 섞어 하루에 3끼를 먹으면서도 1년을 살 수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연 쌀수요량은 600만톤이나 90년 이후 연 400만톤생산을 넘은 일이 거의 없고 특히 지난 95, 96년의 대홍수 이후 강냉이, 조등의 잡곡을 합해도 연 300만톤 생산이 어려운 입장이다.
군사력 감축은 쉽게는 병력을 줄이는 방법부터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북한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제사회로부터 대량살상무기국이라는 의심을 벗어나는 보다 근본적 방법으로는 핵무기, 화학무기, 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및 유지를 감축하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북한과 고위급회담 등 상당한 통로를 열어놓고 있다. 북한의 예측불허한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지렛대역할도 그만큼 커져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군사력감축을 촉구한 미 국무부 발언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식량지원, 관계개선의 통로를 최대한 이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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