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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금 가이드라인’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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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금 가이드라인’ 적절한가

입력
1997.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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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이 최근 공직자들의 경조사 부조금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비대해진 경조사부담금의 사회·경제적 영향이 이미 한계를 넘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획일적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편집자 주> ◎찬성 입장/김명숙 보건복지부 가정복지심의관/관행으로 굳어지면 “소액” 논란 사라질 것/낭비 배격 검소한 사회분위기 조성 기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크고 작은 경조사가 있게 마련이어서 좋은 일에는 축하의 인사를, 슬픈 일이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에게는 위로와 격려의 인사를 한다. 이러한 축하, 위로, 격려의 인사는 서로의 친숙과 존경의 정도를 더욱 깊게 하고 더구나 혼상례에서의 부조금은 전통적인 미풍양속으로서 두레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경조사 부조금이 친숙과 상부상조의 도를 넘어서서 일종의 「부담금」으로 변하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95년도 1년간 혼례식과 관련한 직·간접 비용은 12조원으로 96년도 정부 일반회계 예산의 20%에 달한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규모의 낭비요, 국가경쟁력 약화의 요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과도한 경조사의 고지 및 부조금 수수, 피로연에서의 값 비싼 음식물 접대 등 자기과시적 호화사치 성향의 가정의례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이를 시정하기 위해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해 왔고 수차례의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관련 제도를 개선해 왔으나 눈에 띌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가정의례는 우리의 전통 예절 문화나 생활 양식, 가치관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이어서 법으로 생활관행을 규제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전가정의례의 정착을 위해서는 공직자를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과 시민운동을 통한 의식개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하겠다.

정부에서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한편 공직사회서부터 건전한 경조사 관행을 정착시키고 나아가 사회전체로의 파급효과를 꾀하기 위해 「공직사회 부조금 관행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직급별로 장·차관 5만원부터 1만원까지 한도액을 정해 국무위원부터 앞장서 실천키로 했다.

이번에 제시된 부조금 액수는 현실보다 상당히 하향조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공직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돼 새로운 관행으로 굳어진다면 그같은 논란 또한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본다.

이와 더불어 시민단체 종교계 언론계 여성단체 등 민간단체들이 주도해 건전한 가정의례 실천을 위시한 생활 개선 범실천운동을 전개, 사치와 낭비를 배격하고 근검절약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한다고 하니 크게 기대된다.

◎반대 입장/한태선 한양대 교수·문화사회학/체면문화 고려안한 비현실적 액수 ‘문제’/정부·지자체차원 경조사기금 운영 필요

지난 8일 국무총리실이 마련한 공직사회의 경조사 합리화 방안은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거친 것 같다. 이 방안에 따르면 공직자의 부조금으로 장·차관은 5만원, 1∼3급의 실·국장 3만원, 4∼5급의 과·계장 2만원, 6급이하의 관리는 1만원이 책정됐다. 물론 이같은 액수는 현재 관행적인 부조금보다는 적은 것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총리실의 방안이 현실적이며 문화적인 문제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인 면에서 보면 총리실의 부조금 가이드라인은 돈의 가치를 고려한 흔적이 없다. 똑같은 돈이라도 그 가치는 중앙과 지방이 다르다. 경제부처와 사회부처간에도 다를 것이다. 같은 직급이라고 같은 액수의 부조금을 내는 데에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또 이번 가이드라인은 조직내에서의 이중적인 부조금 문화를 간과하고 있다. 공직사회는 관료문화와 공동체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공동체는 체면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비록 총리실이 권장하는 부조금이 관료문화속에서 지켜진다 하더라도 그 액수가 공동체의 체면문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이중부담을 조장하는 결과를 빚게 될 우려가 있다.

공직사회 부조금은 단순한 미풍양속이 아니라 부패와도 연관되어 있다. 산하단체와 유관기관 등에서 뇌물형태로 전달되는 부조금이 조직내부의 부조금 액수를 조금 하향조정한다고 해서 근절되지는 않는다. 떡값과 부조금, 정치자금과 청탁자금의 경계가 모호한 현 상황에서 공직자의 부조금을 단순히 하향조정한다 해서 부패고리가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관료들의 부조금을 금지해야 한다. 물론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동안 숱하게 부조금을 내온 공무원들은 자신이 부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 데 대해 불평하게 될 것이다. 부조금이 경조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측면도 크다. 부조금에는 적금적 성격도 있다. 그런 문제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원래 부조금은 한 집안의 경조사에 필요한 금액의 일부를 여러 사람이 보조해 주는데 있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미풍양속이다.

그러면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신용기금을 적극적으로 경영하면서 이중 일부를 경조사기금으로 조성, 부조금으로 지급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전통적 공동체의 문화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지침은 또 한번의 시행착오가 될 뿐이다.

◎공직자 부조금 실·국장 3만원­4·5급 2만원 제시/공무원·시민들 취지에는 “공감” 실효성엔 “의문”

주고 받는 사람이 서로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부담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경조사 부조금의 적정수준은 얼마일까.

총리실이 8일 마련한 공직사회의 경조사합리화 방안은 이같은 질문에 정답은 아닐지라도 상당한 시사를 던져준다. 총리실이 제시한 공직자 경조사 부조금액은 ▲장·차관 5만원 ▲1∼3급(실·국장) 3만원 ▲4∼5급(과·계장) 2만원 ▲6급이하 1만원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공직자들이 우리사회의 허례허식 추방에 솔선하기 위해 처음으로 부조금액수를 정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부조금액 자체도 거품현상을 상당히 제거, 액수가 전체적으로 하향조정됐다. 장·차관 부조금은 거의가 평균 10만원선 이었으나 절반으로 줄었고 1급이하 간부 및 직원들의 부조금도 1만∼2만원이 줄어든 선에서 결정됐다. 혼례로 인한 우리사회의 직·간접비용은 연간 12조원. 부조금이 미풍양속의 차원을 넘어 가계에 주름살을 지울 정도로 부담스러운 현실을 감안하면 하향조정은 당연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달중 30개 종교·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건전가정의례실천추진협의회를 발족, 허례허식 추방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펼칠 계획이어서 민간에서도 적정 부조금에 대한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총리실의 가이드라인을 기업체에 적용한다면 ▲사장·부사장 5만원 ▲전무·상무·이사 3만원 ▲부장·차장·과장 2만원 ▲계장·대리·평사원 1만원 정도가 된다. 평사원들도 축의금을 2만∼3만원씩 내는 실정을 감안하면 적은 액수임에 틀림없다.

총리실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무원이나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글세요』다. 『그대로만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과연 지켜지겠느냐』는 것이다. 중앙부처의 모 국장은 『부하직원이나 가까운 사람이 결혼할 때 달랑 3만원을 낼 수야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같은 부처의 모 서기관도 마찬가지 견해다. 『과별로 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는데 개별적으로 할 때는 역시 문제』라며 『모르는 사람이면 몰라도 어떻게 2만원을 넣을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자칫 같이 하고 또 따로 해야하는 경조사비의 「이중구조」가 고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반시민의 생각도 비슷하다. 국민신용카드사에 근무하는 김모(38) 과장은 『부서별로 얼마씩 추렴해 주는 공동부조금제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개별적으로 또 하게 돼 부담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체면의 거품부터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견해다.<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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