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대쪽을 버리려하느냐” 반발도「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받히는 샌드위치 신세」
「정태수 리스트」 수사파문의 수습에 골몰하고 있는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의 요즈음 처지가 마치 이런 형국이다.
이대표에게 먼저 압력을 가한 측은 중진의원들이다. 이들은 검찰이 소환조사의 칼을 들이대자 이대표에게 『정치력을 좀 발휘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정태수 리스트 공개로 만신창이가 된 민주계 중진들은 당내 경선에서의 수적우위를 은근히 상기시키며 『우리의 방패막이가 되라』고 채근했다. 이대표가 지난 12일 청와대로 황급히 달려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SOS를 쳤던 것도 이런 압력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자 혈기가 왕성한 초·재선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표가 아쉬워서 「대쪽」성품을 버리려 하느냐』며 이대표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환부를 도려내야지 오히려 이를 덮으려 하느냐』는 강경론도 속출했다.
당내 초·재선의원들은 전체소속의원 157명의 64%에 달하는 100명이다. 이들의 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이대표로서는 마침내 16일 하오 여의도당사 3층회의실에서 초선의원 16명과 공식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나온 주문은 예상대로 「당의 주도권확보와 비젼제시」였다. 『당이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국민에게 비젼을 제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참석자는 『4선, 5선을 했다는 사람들은 돈받아 정치하고, 그 돈을 뿌려 당을 장악하려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선배의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한다.
이에대해 이대표는 『다른 기관에 있을때는 중심을 잡고밀고 나갔으나 정당에서는 그렇게 하면 여러 말이 나오는 등 부작용이 적지않아 안되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지켜봐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표는 또 『나도 지금 내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지 크게 고민하고 있다』며 『우선 단합을 이룬뒤 앞으로 당의 진로를 확실히 잡아나가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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