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중인 3명의 여야의원과 전직내무장관에 대한 한보비리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분통을 터뜨렸을 것이다. 도대체 한보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청문회인지 여야위원들간의 편싸움인지 난장판으로 일관했다. 그렇지 않아도 핵심적인 증인들의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답변으로 청문회의 무용론내지 중지론까지 제기된 터에 이날 위원들과 증인들이 어우러진 추태는 목불인견의 참상이었다.물론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동료의원들을 상대로 신문한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매우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비리규명을 위해 공과 사는 엄격하게 구분했어야 했다. 이날 청문회는 이같은 기본정신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특히 위원들은 여야로 갈리어 자당 증인은 감싸기로, 타당 증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상처를 낸다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즉 자당 증인에게는 「선배님」 운운하며 낯뜨겁게 아첨을 하고 「민주투사」 운운하며 추어올리기에 열을 올렸다. 반면 타당 증인에 대해서는 「철면피다」 「정계를 은퇴하라」고 마구 윽박질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증인들의 자세 역시 뻔뻔스럽기만 했다. 몇몇 증인들이 「깊이 속죄하고 있다」고 한 것은 겉치레일뿐 저마다 「나는 돈을 전달만 했다」 「전문대학 장학금으로 준 것을 정치자금과 섞어 썼다」는 발뺌식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한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히 증인으로 나온 권노갑 의원이 검은 돈을 받고도 마치 개선장군인양 뻣뻣한 자세를 보인 것은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태수 총회장과 정재철 의원 등으로부터 받은 2억5,000만원은 「대가성없이 받은 것이므로 떳떳하다.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과거 신익희 조병옥씨 등도 이기붕 국회의장의 돈을 받았다고 하는 데는 실로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질문하는 위원들에게 「똑똑히 알고 질문하라」며 호통까지 쳐 청문회 분위기를 흐리게 한 것은 적반하장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떡값 망상에 젖어있는가.
이들 증인들의 궤변과 발뺌은 역겨울 지경이었다. 이들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아닌가. 청문회 벽두에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대로 진술하겠다」고 선서한 것을 멋대로 어기고 이같은 궤변과 망발로 일관한 것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로서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번 국회한보특조위는 헌정사상 200여회나 있었던 특조위활동중 운영의 난맥과 국민의 불신을 받은 손꼽히는 케이스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맹점에도 불구하고 정상운영과 불신을 씻을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요체는 우선 여야특위위원들이 당략과 정략을 버리고 오직 국가이익 차원에서 철저한 진실규명의 노력을 하는 일이다. 특위위원들은 정략적 신문, 봐주기식 질문, 인기 위주의 나열식 질문으로 국민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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