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후배∼당정 인연 ‘30년 지기’/“우세쪽 밀자” 약속 어떻게 될지…「형님 먼저, 아우 먼저」 신한국당 이홍구 고문과 이수성 고문은 웬만한 학계인사라면 누구나 아는 30년 지기다.
두 이고문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라는 학연 이외에도 여러가지 연들로 얽혀 있다.
이홍구 고문은 이수성 고문의 사촌형인 한국전자계산 이주용 회장과 절친한 친구사이다. 웬만한 친구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 하는 친구다. 이홍구 고문은 아직도 이수성 고문의 사촌형이 내준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이홍구 고문의 차가 따로 있긴 하나 『다른 사람들 보는 눈이 있으니 좀더 좋은 차를 타라』며 준 선물이다.
이홍구 고문의 서울대 교수채용에도 이수성 고문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이홍구 고문은 서울대 법대 재학중 미국유학을 갔고, 그런 까닭에 국내 학계에 별다른 「연줄」이 없었다. 게다가 그는 전공을 정치학으로 바꾼 상태였다.
이수성 고문은 당시 최문환 서울대총장의 비서실장으로 있었다. 그냥 비서실장이 아니라 『누가 총장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실세」 비서실장이었다.
이수성 고문이 이홍구 고문의 교수채용에 유리한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했음은 물론이다. 이수성 고문은 이홍구 고문이 서울대 교수로 채용된 직후 『형님, 총장실 주변에 자주 문안오고 그러십시오』라고 농을 했다고 한다.
두 이고문은 서울대 교수로 함께 재직하던 시절에도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다. 이수성 고문은 여러차례 『개인적으로 가장 가까운 정치인이 누구냐』라는 질문이 나오면 『가장 가깝기도 하고, 가장 좋아하기도 하는 정치인이자 선배가 이홍구 고문』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곤 했다. 이수성 고문은 사석에선 아직도 이홍구 고문을 『형님』이라고 부른다.
두사람간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일화는 이외에도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예가 이수성 고문이 국무총리직에, 이홍구 고문이 신한국당대표직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이수성 고문은 총리실 관계자들에게 『당정회의가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선 차관회의에 안건을 올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수성 고문은 당시 행정부가 앞장서서 당의 위상을 올려주어야 한다는 「명분」을 취했으나, 이홍구 고문에 대한 개인적 배려가 큰 이유로 작용했음은 물으나마나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수성 고문이 총리직에서 물러나기 전날 이홍구 고문이 총리공관으로 이수성 고문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은 『총리하는 동안 애쓴데 대한 위로의 말과 세상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 지극히 사적인 자리였다』고 말하고 있지만, 서로의 앞날에 관한 깊숙한 「약속」이 오갔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두사람이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동안의 관계로 미루어 「동반자적 제휴」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실제로 양쪽의 측근들은 『두 사람은 심정적 동지의식을 갖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하되 한쪽이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될 때 다른 쪽을 밀어주기로 결심한 상태다』라고 말한다. 두사람의 30년 우정이 대권문제에서도 「형님 먼저, 아우 먼저」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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