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오래가고 자칫 질식 초래코피가 나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뒤를 두드리거나 눌러주는 방법으로 지혈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코피가 몸속으로 흐르게 되고, 피를 삼키거나 뱉어내야 하므로 매우 불편하다. 또 저절로 피가 멈추는 것을 기다려야 하므로 한참동안 피를 흘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고개를 젖히고 코피를 삼키면 호흡조절이 쉽지않아 입안에 고였던 피가 기도로 넘어가면서 질식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코피는 어린이나 성인 모두 콧속의 앞부분에서 많이 나온다. 더 구체적으로는 비중격이라는 양쪽 코를 가르는 구조물 앞부분의 가느다란 동맥에서 주로 나온다. 따라서 코피를 흘릴 때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서 양쪽 콧방울을 손으로 잡고 약 5분간 눌러주거나, 깨끗한 약솜을 콧속에 밀어넣으면 대부분 비중격 전방부의 출혈부위가 압박돼 지혈이 된다.
어린이 코피환자의 99%는 비중격 전방부위의 출혈이다. 이는 주로 코딱지로 인해 코가 막힌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코를 자주 후벼 발생한다. 따라서 코피를 자주 흘리는 어린이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찰과 함께 코딱지가 잘 생기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확인, 치료해야 한다.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좁아진 40∼60대 성인의 경우 겨울철에 혈관이 지속적으로 수축하면 혈압을 이기지 못해 콧속 뒷부분의 동맥이 터지게 된다. 이 때는 앞의 방법으로는 지혈이 잘 안되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
참고로 코피가 잘 멈추지 않으면 혈액응고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코피는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혈우병 간질환자 등에서 잘 나타난다. 머리를 다쳤을 때 코피가 나면 살고, 안나면 불구가 되거나 사망한다는 속설도 전혀 근거가 없다. 콧속의 혈관과 머릿속 뇌혈관에서의 출혈은 서로 관련이 없다.<서경식 아주대 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서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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