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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서울 라보엠’/작지만 열정적인 무대(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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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서울 라보엠’/작지만 열정적인 무대(공연리뷰)

입력
1997.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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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때문에 제작비를 못구해 오페라 무대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그러나 한 집념의 오페라 연출가가 작지만 의미있는 번안오페라 「서울 라보엠」을 11∼14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올렸다. 「우리 얼굴을 한 오페라」를 찾아나선 장수동씨가 푸치니 원작을 80년대 서울 신촌으로 배경을 옮기고 광주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상처를 집어넣어 번안·연출·제작했다.첫날 공연은 관객을 즐겁게 했다. 특히 주인공 노한솔 역의 테너 이현은 자연스런 노래와 연기로 흐름을 잘 이끌었다. 우리말 번안에서 오는 무리가 없지 않았지만 짜임새 있고 알찬 무대, 우리 현실을 담으려는 적극적인 번안, 재치있는 대사 덕분에 오페라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선 느낌을 받았다.

사실 국내 오페라 공연이란 게 이탈리아 본고장의 맛을 살린다며 그곳 연출가와 성악가를 데려오느라 돈을 왕창 쏟아붓거나 어설픈 연기와 미숙한 노래로 관객을 괴롭히는 일이 많다. 거기에 비해 「서울 라보엠」은 최소한의 제작비로 어렵게 만들었음에도 가난한 오페라치곤 아기자기하고 진지한 것이었다. 관객은 극중 인물이 벌이는 즐거운 장난이나 소란, 마지막의 비극적 결말 등 주요 장면에 기꺼이 참여할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새롭게 번안 오페라를 시도한 의욕과 용기는 높이 살 만한 것이다. 세련됨은 덜 하지만 조촐한 무대를 지켜보면서 흐뭇할 수 있었던 것은 제작·출연진의 열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출연 성악가들 가운데 스타급은 없다해도 그들은 대체로 무난하고 더러 뛰어나게, 무엇보다 아주 열심히 노래하고 연기했다. 「서울 라보엠」은 6월 광주 비엔날레 기간에 광주에서도 공연될 전망이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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