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태국을 만난다/왕실 휴양지로 개발된 ‘은둔의 파라다이스’ 후아힌/콰이강의 다리와 죽음의 계곡이 펼쳐진 역사의 도시 칸차나부리/수상시장… 옛궁전… 그리고 친구같은 휴식이 펼쳐진 남국의 낭만으로의 초대태국. 밤의 꽃들이 넘치는 환락가, 징그러운 동물들을 잡아 먹는 보신 관광, 세계의 관광객들이 득실대는 시끄러운 휴양지 등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태국은 어딜 가나 풍성함과 여유로움이 넘치는 아름다운 나라다. 대자연의 혜택을 받은 아름다운 비경들이 곳곳에 수없이 숨어있다.
방콕의 서쪽에 위치한 후아힌과 칸차나부리. 아직 국내인들의 발걸음이 거의 닿지 않은 휴양도시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나라 태국의 정수를 진짜로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곳이다.
▷후아힌◁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240㎞ 떨어진 동해안에 있다. 90년대 들어서야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시골 도시. 관광지로서 개발 여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태국 왕실과 귀족들의 전용 휴양지로 가장 먼저 개발된 뒤 뒤늦게 세계인에 공개됐다.
1920년대 라마 7세가 이곳에 「걱정은 저 멀리」라는 뜻의 「클라이 캉원」이란 이름을 내리고 여름별장을 지은 뒤 지금까지 왕실은 여름 한때를 이곳에서 보내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해안의 아름다움은 여느 남국의 바다 못지 않다. 산과 바다 폭포 골프장이 한곳에 모여있어 신혼 여행이나 휴양지로서 매력 만점.
방콕에서 이곳에 가는 버스에 오르면 창가로 멀리 수십㎞도 한눈에 들어올 것 같은 열대나무들이 어우러진 평원이 펼쳐진다. 후아힌에 도착하면 새하얀 모래밭과 바다가 이어지며 답답한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휴양지 형으로 개발된 리조트식 호텔에 머물며 3㎞에 이르는 해안에 그냥 누워있거나 윈드서핑 요트 등 해양 레포츠를 즐기며 며칠을 보낼 수도 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후아힌의 매력은 더욱 커진다. 곳곳에 넓은 골프장들이 있다. 주중이면 700바트(2만1,000원), 주말이면 1,400바트(4만2,000원)정도로 그린피가 저렴하고 한적하다.
편안한 휴양지라는 점 외에 도시 자체로서의 재미는 적은 편이다. 큰 구경거리를 찾거나 다리품을 파는 관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행지로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는 밤마다 펼쳐지는 야시장. 썰렁한 시가지와는 반대로 한밤중까지 불을 밝히는 야시장에서는 싼 가격에 전통 과자 카놈과 나염무늬가 새겨진 실크 등을 살 수 있다.
▷칸차나부리◁
윌리엄 홀덴 주연의 명화 「콰이강의 다리」(57년). 잔혹한 일본군의 명령에 따라 태국에서 버마로 향하는 철로를 건설하던 연합군 포로들은 일본군의 숨통을 끊기 위해 생명을 걸고 콰이강의 다리를 폭파한다. 세계를 정복하려는 일본의 야망과 연합군의 자존심이 맞부딪혔던 곳. 이 콰이강의 다리가 있는 도시가 방콕 동쪽 128㎞에 위치한 칸차나부리다.
콰이강의 다리는 영화에서 폭파됐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영화는 이곳이 아닌 스리랑카의 한 계곡에서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받아 쓰러졌던 실제 콰이강의 다리는 재건됐다.
2차대전의 명물로 남은 이곳을 찾아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관광객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방콕에서 버마까지 향하던 당시의 철도는 이제는 북서쪽 남톡에서 멈추었다. 남톡에서 우리나라 비둘기호 열차같은 기차를 타고 남동쪽인 방콕을 향하다 보면 연합군포로와 일본인들을 합쳐 모두 1만 6,000여명 이상이 희생됐다는 「죽음의 계곡」을 지난다. 수십m는 될 듯한 까마득한 계곡이 차창 밖으로 보인다. 그위에 나무로 된 철로를 잇자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했을 듯 싶다는 생각에 숙연한 마음이 든다.
300여m 길이인 콰이강의 다리를 기차로 건넌 뒤 강가로 내려가 대나무 뗏목을 타거나 인근의 험하지 않은 숲에서 코끼리 트래킹을 하는 것도 이곳 만의 정취. 평지가 대부분인 후아힌에 비해 칸차나부리는 언덕과 산, 계곡이 발달해 있다. 그중 카오 팡, 사이욕 노이 등에는 비옥한 골짜기 사이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관광 코스로 개발돼 있다.
▷중서부 기타지역◁
후아힌을 찾았을 때는 인근 차암과 페차부리 등을 들러보는 것이 좋다. 차암은 후아힌과 비슷한 해안 도시지만 보다 아담한 분위기이며 인근 파인애플 농장이 유명하다.
페차부리에서는 영화 「왕과 나」의 모델 라마 4세를 위한 프라 나콘 키리 궁전이 볼만하다. 도시 북부 지역의 산위에 자리잡은 이곳의 790개 계단을 걸어 오르거나, 산길을 올라가는 야외 엘리베이터로 정상까지 올라 가면 도시와 인근 지역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방콕에서 후아힌까지 오는 길에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는 담논 사두아크의 수상시장. 태국 중심을 흐르는 차오프라야 강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뻗어나온 수많은 운하에서 수상가옥을 짓고 사는 이곳 사람들은 배를 타고 다니며 생필품을 사고 판다. 방콕 수상시장이 이미 관광용으로 퇴화한 반면 담논 사두아크의 수상시장은 아직도 이곳 주민들의 물물교환장소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다. 새벽 5시에서 10시 사이에 가면 아낙들이 10여m 폭의 운하 위에 서 과일과 고기 등을 가득 싣고 노를 젓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후아힌·칸차나부리 가는 길
후아힌과 칸차나부리는 태국에서 널리 알려진 치앙마이, 푸켓 보다는 훨씬 방콕에서 가깝다. 그러나 아직 여행사의 상품으로는 거의 개발되지 않은 상태. 씨월드 여행사(02―516―0401) 등 1∼2곳이 차암과 후아힌을 묶어 4박5일짜리 휴양 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방콕 서부 버스 터미널에서 양 도시로 가는 에어콘 버스를 이용하면 후아힌까지는 3시간, 칸차나부리까지는 1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기차편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해야하는 불편이 있으므로 현지인들은 호텔측에 사전에 리무진이나 택시를 예약, 공항에서부터 호텔로 바로 가는 방법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태국은 열대기후로 하기인 3∼5월에는 보통 35도 이상까지 올라간다. 우기인 7∼9월에는 비가 자주 내려 여행에 적합하지 않고 10∼2월 건기에는 평균 기온이 25도 가까이 내려간다. 기온이 높은 하기에도 우리나라보다는 공기가 건조하기 때문에 그늘에서나 밤에는 서늘하다.
호텔 시설들은 뛰어난 편이나 후아힌 칸차나부리 등 지방 도시에서는 영어가 잘 소통되지 않는다. 물이 귀하고 석회질이 많이 섞여 있어 머리를 감으면 뻑뻑해지므로 헤어 컨디셔너 제품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전기제품은 대부분 220볼트 전용이며 치약과 치솔은 구비돼 있지 않다. 밤에는 기온이 많이 내려가므로 잠잘 때는 반드시 에어콘을 끄고 자야 한다.
태국에서 첫날 밤을 맞으면 호텔 곳곳의 불빛 주위에 달라붙어 있는 도마뱀 때문에 깜짝 놀라기 일쑤다. 그러나 도마뱀은 사람을 해치지 않고 해충들을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이므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후아힌=이윤정 기자>후아힌=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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