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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국채보상운동(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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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국채보상운동(지평선)

입력
1997.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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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2월21일 대구에 단연회라는 민간조직이 생겼다. 국민 모두가 담배를 끊고 담배 살 돈을 모아 나라의 빚을 갚게 함으로써 일본의 간섭을 물리치자는 국채보상운동의 시작이었다. 대구의 실업인 서상돈 김광제 두 사람은 2,000만 국민이 일시에 담배를 끊으면 구한국 정부가 일본에 진 1,300만원의 빚을 3개월만에 갚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금연운동을 일으켰다.운동은 들불처럼 전국에 번져갔다. 다음날 서울에 국채보상운동 기성회가 조직됐고, 앞다투어 각지역에 유관단체와 조직이 생겨났다. 여자들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돈이 없으면 반지라도 빼 팔자는 부인탈환회가 조직됐다. 반찬값을 아껴 운동에 참여하자는 부인감찬회도 생겼다. 고종황제도 신민의 애국충정을 모른 척 할 수 없다면서 궁궐에서 금연토록 특명을 내렸다.

호응도는 부유층보다는 빈민층이 훨씬 뜨거웠다. 의연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은 대한매일신문과 황성신문에 매일 실렸다. 액수는 적게는 10∼20전, 많게는 1,000원, 10,000원을 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소액기탁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뜨거운 애국운동에 당황한 쪽은 일본이었다. 한국병탄의 구실 찾기에 혈안이 돼있던 일본통감부는 국민운동으로 국채가 소멸돼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 대한매일신보 양기탁 사장에게 기탁금 횡령혐의를 씌워 구속케 하는 탄압을 자행했다.

요 몇년동안 엄청나게 불어난 외채를 갚자는 신 국채보상운동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가 기치를 올린 경제살리기 국민저축통장 갖기운동은 5일만에 가입자수 9만명, 계약고 1,000억원을 넘었다 한다. 90년전처럼 금반지를 빼 팔아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중미 어느 나라처럼 주저앉게 되리라는 위기의식이 낳은 현상이다. 국채보상을 위해 돈을 내지 않아도 좋다. 양주 한병 외제화장품 하나라도 안사는 게 외채 줄이기의 첩경임을 모두가 인식한다면 외채걱정은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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