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반문명이 절묘하게 조화하는 경기 가평군. 90% 가까이 산으로 뒤덮인 오지 가평. 그러나 그 오지로 향하는 잘 닦인 길에는 도회적인 카페촌이 늘어서 있다.가평에서도 반문명을 대표하는 곳은 가평읍을 지나 시작되는 북면의 명지산 일대. 북면은 청정지역으로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물을 그냥 손으로 떠서 마셔도 안심. 오염과는 거리가 멀다.
가평 읍내를 거쳐 20여분 차를 달려 목동삼거리를 지나면서부터 반문명은 시작된다. 우선 배터식당(0356―82―0015). 보리밥에 명지산 일대에서 나는 시래기나물 토란 취나물 고사리 도라지 등의 10여가지 산나물을 얹고 된장을 걸쳐 비벼 먹는데 4,000원.
목동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서 계곡을 따라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이 쥐어짠 듯, 깨끗한 가평천 물줄기가 왼쪽으로 달리고 잣나무군락과 그 사이 진달래 개나리무리가 오른쪽으로 따라온다. 이렇게 우거진 골짜기의 오지가 서울에서 1시간 30분 거리.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계곡으로 내려가 보자. 널찍한 바위를 골라 자리를 깔고 누우면 들리는 건 물 흐르는 소리뿐. 그다지 물이 차지 않다. 발을 담그고 향수에 잠기거나, 바위에 누워 한숨 늘어지게 자고나면 마음도 깨끗해진다.
목동삼거리에서 20여 분 쉬엄쉬엄 차를 달리다 보면 갈림길. 왼쪽으로 백둔교를 지나면 백둔리 계곡이 시작되고, 직진해 적목리 방면으로 계속 달리면 명지계곡. 명지계곡은 민박촌이 있는 익근동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한다.
매점 뒤로 조금 올라가면 바로 계곡이 시작된다. 계류의 양도 풍부하고 맑은 데다 암반 위로 흘러내리는 모양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훤히 열린 계곡이 끝없이 길고 깊게 보이고, 계곡을 둘러싼 진달래와 개나리 숲은 아늑하기만 하다. 15분정도 올라가면 숲사이로 어렴풋이 나타나는 승천사. 종각 뒤로 바라다 보이는 명지산의 풍경이 근사하다. 아직 입산통제라 절 주변까지만 오를 수 있지만 5월이면 완전히 개방된다.
익근동을 거쳐 적목으로 20여분 계속 달리면 더이상 자동차가 갈 수 없는 곳, 조무락골이 나온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가평군 북면 적목리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예전부터 조무락골로 부른다. 꽤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골짜기인데도 수량이 풍부하다. 조무락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그마한 적목 용소폭포도 있다. 지프 등 4륜구동의 차를 이용하면 적목리에서 「차량불가」표시된 오지에도 들어갈 수 있다.
한편 갈림길에서 백둔교를 지나면 곧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계곡길이 10여㎞ 이어진다. 마치 문명에서 해방된 듯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이처럼 계곡 깊숙한 곳까지 자동차 도로가 나있는 것도 드물 것이다.
계곡을 따라 5㎞정도 달리다 보면 오른쪽으로 멋진 통나무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양지말 농원(0356―82―4770). 농원 뒤편의 3만여 평의 잣나무 숲으로 우거진 삼림욕장이 있으며 꽃사슴 30여 마리와 흑염소 말 토끼가 사육되고 있다. 6월말부터는 실내수영장이 개장되고, 통나무집은 4인실에서 8인실까지 다양하다. 4∼8인용은 1박에 2만∼5만원, 단체를 위한 12∼60인실 숙박동은 6만∼20만원.
목동삼거리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군데군데 민박촌이 있다. 요금은 2만∼4만원. 또 백둔교에서 적목리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가족호텔 현대 패밀리밸리하우스(0356―81―3500)가 있다. 취사가 가능한 콘도식으로 되어 있으며 32개의 객실에 4인기준 5만5,000원.<가평=유병률 기자>가평=유병률>
◎새 명소 카페촌/강변따라 늘어선 독특한 분위기 30여곳
가평 가는 길에는 서울 강남보다 더 도시적인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신청평대교에서 양수리 방향으로 3㎞에 걸쳐 신흥 카페촌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있는 카페만 30군데. 여기에 올해 안에 50개 정도의 카페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전국에서 가장 큰 카페촌이 생기는 셈.
「구름속 산책」, 「아침노을이 있는 한낮의 저녁」, 「예멧골」, 「예나지나」, 「옹기종기」 등 이름만큼이나 인테리어도 독특한 카페들이 강변을 따라 죽 늘어서있다.
「구름속 산책」(0356―85―1772)은 동화에나 나올 법한 버섯모양의 재미있는 카페. 「구름속 산책」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제목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2월 문을 열어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사랑을 받고 있다. 커피는 4,000∼5,000원. 누룽지밥, 오징어덮밥, 김치볶음밥 등의 식사는 7,000원.
「옹기종기」(0356―85―7891)는 흰색의 깔끔한 외관에 열대 화초를 이용한 실내장식이 이색적. 강쪽으로 탁 트인 전면 유리를 통해 시원한 강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30여가지의 칵테일과 스파게티 등의 식사를 1만원대에 즐길 수 있다.
흰색과 파란색이 잘 조화된 지중해풍 카페 「AI」(0356―84―2655)는 갤러리가 있는 것이 특징. 주인이 20년 동안 비행기 승무원으로 일하며 모은 소장품을 전시해 놓았다. 「AI」는 「ART IN」의 약자. 이국적인 갈색 통나무 건물이 눈길을 끄는 「BAYSIDE」(0356―85―3330). 1층에는 벽난로가 있고, 2층은 칵테일 바로 꾸며져 있다. 재즈 라이브 공연도 벌일 예정이다. 파스타와 스테이크, 피자, 덮밥류의 식사가 가능하다. 1만2,000∼2만5,000원.<가평=김미경 기자>가평=김미경>
◎인근 가볼만한 곳/유원지·수목원 등 즐비… 나들이코스 각광
가평은 가는 길 또한 일품이다. 도농삼거리에서 춘천까지의 경춘가도를 50여㎞ 따라가다 보면 볼거리는 물론, 강과 산을 끼고 달리는 길이라 드라이브 자체가 즐겁다.
도농삼거리에서 마석을 거쳐 10여㎞ 가면 오른쪽으로 모란조각공원이 나온다. 3,000여평의 파란 잔디 위에 200여점의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공원 곳곳에 카페 산책로 약수터 등이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안성마춤. 입장료는 2,000원(어른), 1,000원(어린이).
다시 14㎞정도 차를 달리면 대성리 국민관광단지. 연인끼리 다정하게 보트를 젓거나, 모터보트와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다. 퇴주마을과 사기막을 오가는 유람선을 이용하면 강변 경관도 즐길 수 있다.
대성리에서 10여㎞ 차를 달리면 청평. 청평 주변에는 한강의 지류를 따라 유원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청평역 뒤쪽의 안전유원지와 청평유원지는 MT 장소나 당일 나들이 코스로 애용되는 곳이다. 5년 사이에 안전유원지 입구부터 유원지 내에 카페촌이 형성되어 지금은 서울 근교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 대부분의 카페가 초가집 모양이며 라이브 카페로 분위기 내기에는 그만이다.
청평검문소에서 현리쪽으로 좌회전해 4㎞정도 가면 10만여 평의 축령산 기슭에 갖가지 정원을 꾸며놓은 아침고요 수목원이 나온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입구서부터 입장객들을 맞이하는 이곳에는 금낭화 옥잠화 등 우리나라 야생화를 옮겨 심은 야생화 정원, 300여 종의 아이리스가 심어져 있는 아이리스 정원, 아기자기한 분재들로 가득찬 분재정원, 팬지 수선화 산수유 등 봄꽃을 심어 놓은 우리나라 지도모양의 하경정원, 침엽수정원 등 갖가지 정원들이 꾸며져 있다. 한바퀴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두시간은 족히 걸린다. 입장료는 3,000원(어른), 1,500원(어린이). (0356)84―6703.
다시 5㎞정도를 달리면 가평읍 입구 삼거리. 여기서 우회전 해 2㎞를 들어가면 남이섬으로 가는 선착장. 남이섬은 8만여평의 잔디광장을 숲과 강물이 에워싸고 있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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