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독일에서 갓 돌아왔을때 저녁마다 TV뉴스를 보면서 이상하게 느껴지는게 있었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정치쪽 얘기가 늘 뉴스 앞머리를 장식하는데 국회의원이나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근사한 장소의 고급스런 분위기에서 회동하는 모습들이었다. 일반 사무실 같은데서 미네랄 워터나 주스, 보온병의 커피 등을 직접 따라 마시며 회의를 하는 소탈하고 부담없는 분위기의 독일의원들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그러니 의아하게 생각될 수 밖에 없었다.그뿐 아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뇌물이나 떡값 얘기를 들어오다가 독일에서는 나라가 발칵 뒤집어지는 스캔들의 액수가 고작 수백만원, 커야 수천만원에 그치는 걸 보고는 우리끼리(한국 유학생들) 모여 그 쫀쫀함에 경의와 조소를 함께 보냈던 적도 있다. 당시 소위 재벌가의 일원인 한 친구는 이것을 놓고 조크를 하기도 했는데 그 얘기 속에는 틀림없이 진담과 농담이 고루 섞여있었을 것이다.
수년간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는 정치권 비리는 우리같은 소시민들에게는 허탈이나 분노, 이런 것을 떠나 애들이 하는 말로 「왕짜증」이 날 지경이다. 며칠전 택시를 탔는데 차안에는 껌과 함께 모금함이 놓여 있었다. 그 기사분 얘기가 자기들은 좋은 일을 한다고 많지는 않아도 돈이 모이는대로 불우이웃돕기에 가져다 주는데 어떤 때는 그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의심이 갈 때가 많다고 했다. 그만큼 불신이 팽배해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택시를 탄 어떤 손님이 『이런 것 백날 모으면 뭐하냐』면서 그 모금함과 껌을 발로 차버리더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순간 화가 나는게 아니라 도리어 속이 후련하고 통쾌하더라는 것이다. 그 얘길 듣고 웃어넘기긴 했지만 이 정도면 국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9시면 TV를 통해 만나는 높은 분들, 좀더 검소하고 소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국가대표 축구팀 감독>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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