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영상이 있는 2년여만의 이색 서울독주회첼로는 사람의 목소리를 닮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이 악기로 나직하고 따듯하게 얘기하는 첼리스트 정명화(53)씨가 오랜만에 독주회를 갖는다. 한국일보사 주최로 29일∼5월3일(평일 하오 7시30분 토 하오 5시. 5월1일 쉼) 서울 정동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클래식음악회의 일반 틀을 깨는 색다른 그릇에 음악을 담는다.
좀 더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영상을 깔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행한다. 프로그램도 첼로의 고전적 레퍼터리와 20세기 작품, 우리 가곡과 전통적 소리를 변용한 재미있는 것을 엮어 세심하게 짰다. 지방 연주는 드문드문 했지만 서울 독주회는 2년 반 만이다.
『청중이 자연스럽게 음악 속으로 들어오게 하고 싶어서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봤습니다. 음악회에 처음 오는 사람이라도 첼로의 진수를 느낄 수 있게 말이죠.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군요』
정동문화예술회관은 서울 정동의 예원학교 옆(옛 러시아공사관 자리)에 새로 문을 연 600석 규모의 아담한 공연장이다. 관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일부러 작은 연주장을 골랐다. 유럽의 작고 아름다운 홀에서 청중과 말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연주했던 푸근한 기억이 그리워서이다.
나흘간 프로그램은 같다. 첼로의 명곡으로 꼽히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20세기 작곡가 바버의 「첼로 소나타」 등 묵직한 곡과, 소품으로 슈만의 「랑잠」, 데르벨루아의 「안단티노」, 우리 얼과 가락이 담긴 이영조의 「성불사 주제에 의한 변주곡」 「하늘 천 따지」 「첼로와 장고를 위한 도드리」를 연주한다. 「하늘 천 따 지」는 세 중학생과 함께 4대의 첼로가 연주한다. 훈장님의 첼로가 「하늘 천 따 지」를 읊는데 어린 학생들이 자꾸 틀리게 따라 해 야단을 맞으며 공부하는 광경을 그려 슬며시 웃음이 나는 곡이다. 「첼로와 장고를 위한 도드리」에서 첼로는 장고 반주로 거문고 소리, 판소리, 덩실덩실 춤추는 농부의 노랫소리를 낸다.
이번 무대는 예술종합학교 음악원 동료 교수인 피아니스트 강충모, 국악 연주단체 「슬기둥」, 타악연주단 「푸리」의 단원 민영치씨가 협연한다.
정씨는 11세 때 첼로를 시작했다. 17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어드음악원에서 거장 피아티고르스키를 사사했다. 71년 제네바콩쿠르 우승으로 유럽에 데뷔했으며 안탈 도라티, 루돌프 켐페,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주빈 메타 등 대지휘자들과 협연, 이름이 났다.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로 각각 활동중인 두 동생 명훈, 경화씨와 함께 정트리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해는 이탈리아와 일본 등에서 연주가 있다. 공연문의 (02)778―0693. 전화예매 (02)518―7343<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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