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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셔도 조심만 하면 되겠지”/어느 음주운전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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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셔도 조심만 하면 되겠지”/어느 음주운전자의 고백

입력
1997.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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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가 없어서 두번이나 사고… 단속만 피한다면/아직도 매주 2∼3일 취한채 차를 몰아음주운전은 자신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애꿎은 남을 불행에 빠트릴 수도 있는 버려야할 운전습관이다. 그러나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재수가 없어 사고가 났다』 『약간만 조심했더라면 괜찮았을텐데…』라는 생각으로 음주운전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회사원 A(32)씨. 그는 벌써 두번이나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지만 아직도 1주에 2, 3일은 술에 취한채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는 91년 7월 만취한 상태에서 차를 몰고 서울 올림픽대로를 달리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고 튀어 올라 서너차례 구르는 사고를 냈다. 문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차체가 우그러지는 큰 사고였다. 다행히 별 상처를 입지 않았던 그는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차를 정비공장에 견인시키고 도주했다.

그러나 사고 후유증이 어느 정도 가신 그해 12월 그는 다시 차를 장만했다. 처음 3개월 동안은 아주 조심했다. 음주운전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아슬아슬했던 당시의 기억이 흐려져 갔다. 대신 위험한 생각이 스멀거렸다. 『설마 두번이나 사고가 나겠어? 그때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잘 몰랐지만 이제는 경험도 있는데 술 먹어도 조심만 하면 되잖아』 A씨는 그런 생각으로 다시 옛날 모습으로 되돌아 갔다.

몇달은 나름대로 조심한 탓에 단속과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A씨는 결국 92년 8월 두번째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12시가 넘은 밤에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가 앞서 가던 택시를 들이 받았다. 택시기사와 승객 2명이 다치고 자신도 1주일간 병원신세를 져야 했던 대형 사고였다. 또 택시 뒷쪽과 자신의 차 앞쪽이 크게 부서져 두차 수리비로 500만원이 넘게 들었다. 경찰의 조사를 받고 면허가 취소된 것은 물론 150만원의 벌금도 물어야 했다.

『다시는 음주운전을 하지않겠다』다는 각오로 2년여 동안 차없이 지냈던 A씨는 그러나 94년 다시 운전면허를 따 차를 몰기 시작했다. 술을 먹어야하는 날에는 차를 집에 두거나 열쇠를 회사에 놓고 나왔다. 그러나 그는 몇달전부터 다시 음주운전을 하곤한다. 가족이 걱정해도, 동료들이 말려도 아랑곳 없다. 『아직 취할 정도는 아니다. 조심만 하면 된다』가 술을 마신후 운전석에 오르는 그의 생각이다.

A씨의 세번째 사고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요령이 생겨서인지 아니면 재수가 좋아서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수많은 A씨가 밤이면 술을 마시고 『설마 또 사고가 나겠냐. 단속만 피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사망율 세계 최고」라는 오명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염영남 기자>

◎자유로 질주하는 술취한 총알택시/음주·과속단속도 드물어

서울과 경기 문산지역을 연결하는 자유로 끝 통일동산에는 주말과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툭트인 자유로를 따라 드라이브도 할 겸 통일전망대에 올라 북한땅을 바라 보기 위해서다.

통일전망대 아래쪽에는 8개소의 식당이 문을 열고 있다. 관광객의 흥을 돋우기 위한 막걸리와 선물용 북한산 술이 식당앞 진열대 맨앞에 놓여 있다. 대낮부터 막걸리 병을 앞에 놓고 술타령을 하는 사람이 보이고 밤이 되면 술손님들로 식당이 붐빈다.

식당가 울타리 바깥쪽 도로변에는 포장마차가 띄엄띄엄 늘어서 있다. 『단속반원들의 거듭된 단속에도 불구하고 다음날이면 또 생겨난다』고 한 주차요원은 말했다.

길가에 차를 세운 채 보도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소주를 마시던 50대 남자는 주차요원들이 『빨리 치우고 가라』고 채근하자 한번 힐끗 쳐다 보고는 다시 잔을 기울였다.

휴게소 한코너를 운영하는 L(45)씨는 『밤이 되면 통일 전망대 인근 도로에서 자동차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며 『음주운전자들이 많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그렇게 단속하는데도 음주운전은 줄지 않으니 묘한 일』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경미한 사고는 자주 일어나지만 운전자간에 합의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입건된 수는 월 1, 2건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음주운전 단속을 나가면 한번에 4, 5건은 적발한다』고 밝혔다.

교외선 신촌역 앞에는 밤이되면 「총알 택시」가 늘어서 일산 신도시, 금촌등지로 가는 손님을 기다린다. 줄을 선 택시에 손님이 탈 때까지 운전자들은 밖에서 대기하거나 인근 식당에서 허기를 채운다. 식사와 함께 소주를 한두잔씩 걸치는 택시 운전자도 많다. 택시는 보통 음주운전 단속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들이 「한국의 아우토반」인 자유로를 달린다.

취재팀이 총알택시에 올라 타고 조금 기다리자 소주를 한잔 걸친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았다. 택시는 곧 자유로를 향해 「총알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술마시고 운전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운전자는 『반주라서 괜찮다. 한번도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거나 사고를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유로에서 과속 차량이나 음주운전자를 단속하는 일은 별로 없다. 성산대교에서 통일동산에 이르기까지 무인 과속감지기가 두 군데 설치돼 있을 뿐이다. 시속 120∼150㎞로 달리던 차들이 감지기가 설치된 곳이 가까워 지면 갑자기 속도를 줄인다. 그리고는 잠시후 다시 직선으로 뻗은 자유로를 무제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조재우 기자>

◎과속 부추기는 자동차 광고/힘·속도만 강조 안전 뒷전

『하늘과 땅을 가르는 힘』(기아 세피아) 『질주 본능』(대우 라노스) 『최강의 꿈』(현대 아반테)

최근 승용차 광고는 한결같이 힘과 속도를 강조하면서 무한질주하는 차의 모습을 내 보내고 있다. 보는 사람의 속을 시원하게 한다는 평도 있지만 「도대체 우리나라 어디에 저렇게 달릴 곳이 있으며 설사 그런 곳이 있다고 해도 왜 저렇게 죽어라고 달려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자동차회사와 광고회사는 『강력한 힘과 속도를 강조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잘 먹혀 들어 간다』며 『실제로 매출면에서 바로 반응이 오기 때문에 이런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 등은 이런 힘과 속도 위주의 광고에 대해 『자동차 문화를 낙후시키는 큰 원인』이라고 비난하면서 『외국처럼 자동차 광고가 속도보다는 안전을 강조해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힘과 속도감만을 강조하는 자동차광고는 차를 타면 마구 달리고 싶어 하고, 길이 막혀 제속도를 내지 못하면 필요 이상으로 초조해지고 신경질적이 되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운전습관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외국 자동차 광고에도 힘과 속도를 강조하는 광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광고는 스포츠카에 한정된다.

프랑스 푸조자동차 광고는 시원한 들판을 쾌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절벽에 충돌하지만 운전자는 안전하게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 『재산을 잃었지만 승객은 안전하다』는 멘트.

독일의 BMW 광고는 눈덮인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펭귄이 미끄러지는 장면을 반복하다 자동차 핸들이 부드럽게 돌아가고 바퀴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을 보여 준다. 역시 안전을 강조하는 광고다.

TV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도 질주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장면들도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자동차문화를 뒤처지게 한다는 지적이 거듭되고 있지만 광고계나 방송계는 아직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조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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